‘짧은 시간 내 근육을 키워준다’면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약품을 불법 판매한 일당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이들 중에는 개인별 맞춤형 스테로이드 투약 스케줄을 정해주는 ‘아나볼릭 디자이너’도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전 보디빌더 김모(31)씨 등 12명을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으로 공급 받아 빼돌리거나 해외에서 몰래 들여와 불법 유통ㆍ판매한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이들의 거주지 등에서는 약 2만개(90여 품목), 10억원 상당의 전문의약품과 스테로이드 제품이 발견됐다.
전ㆍ현직 보디빌딩 선수들이 약물로 몸을 키웠다고 고백하는 ‘약투’ 사태를 불러온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해 합성한 남성스테로이트(테스토스테론)의 한 형태로 세포 내 단백질을 키워 근육의 성장을 부른다. 전문의약품이라 의사의 처방 없이는 판매할 수 없고 오남용 시 불임, 성기능장애, 여성형 유방화, 탈모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지만 ‘몸짱’을 만들어준다며 헬스장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김씨 등은 이들은 계획적으로 의약품 도매상 영업허가를 받고 정상적으로 공급받은 의약품을 빼돌리고, 태국에서 밀수입한 스테로이드제품과 함께 약 3년간 수십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식약처는 이 과정에서 돈을 받고 개인별 스테로이드 복용 일정을 정해주고 전문의약품을 불법 공급한 일명 아나볼릭 디자이너 이모(31)씨도 함께 조사 중이다. 이들은 주로 모바일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보디빌딩 선수, 헬스장 트레이너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약품을 공급했다. 또 1만원에 사온 의약품을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하면서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나 현금 등으로만 거래하고, 약품을 택배로 전달할 시 배송 장소를 여러 번 옮기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단속을 총괄한 유명종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팀장은 “적발한 이들을 계속 조사해 추가로 스테로이드제제를 불법 판매ㆍ유통한 범죄가 있는지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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