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건강보험의 적정 보장성과 부담 수준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하자고 공식 제안키로 했다. 국민건강보험법(제73조)상 건강보험료율은 8%를 넘길 수 없는데, 현재 추세로 2026년이면 보험료율 상한선에 도달해 보장 범위와 적정부담 수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3일 경사노위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산하 건강보험제도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검토 사항을 확정해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위원에 따르면 기획단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목표 보장 수준을 설정하고, 이에 근거해 △급여 영역 △서비스 항목 △본인부담 수준 등을 정해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다. 현재 건강보험료율은 6.46%(직장가입자 기준)로 매년 평균 3.2%씩 인상되고 있는데 2026년이면 부과 상한선인 8%에 도달한다. 건강보험 재원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정부의 국고지원금으로 이뤄지는데, 국고지원 관련법도 2022년 12월31일까지 한시 규정이어서 재원 부족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김윤 기획단 단장(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은 “2026년 전후로 법을 개정해 보험료를 더 올려야 할지, 아니면 국고지원을 늘려야 할지, 술이나 설탕 등에 세금을 매겨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며 “보험료를 부담하는 국민, 기업과 적정 보험료율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대책 마련이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강보험 급여 수준과 보험료율을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도 정부의 영향력을 줄이고 가입자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기획단의 한 위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인 건정심을 별도 사무국으로 격상 시키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평가위, 약제급여평가위 등을 건정심으로 이전하는 대안이 제안됐다”고 말했다.
건정심 위원 구성도 가입자 대표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획단의 또 다른 위원은 “현재 건정심 위원은 근로자ㆍ사용자 단체 추천 각 2명, 시민ㆍ소비자ㆍ농어업인ㆍ자영업자 단체 추천 각 1명, 의료ㆍ약업계 단체 총 8명, 공익위원 8명 등 총 25명인데 특히 공익위원을 정부가 추천하는 방식이라서 가입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처럼 건정심도 어떤 취지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 회의록을 공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다만 건정심의 공익위원을 상근직으로 변경하거나 공익위원이 복지부 차관과 건정심 공동위원장을 맡는 방식은 위원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세부 쟁점 별로 이견은 있기 때문에 향후 가입자, 공급자 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고 사회안전망개선위ㆍ본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기획단의 제안과 같이 건정심 개편이 추진될 경우 위원 구성 개선 방식 등을 놓고 가입자-공급자 단체간 갈등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노동계에서 특히 공급자 위원의 의협(2명) 몫 적절성과 직역대표에 제약협회(1명)가 선정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개편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검토가 더 필요한 사항”이라며 “사회안전망개선위에서 논의를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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