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경제계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을 듣고 경기 둔화와 고용난 등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한 자리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부터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중도ㆍ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8명이 참석했다. 그럼에도 참석자 사이에선 비록 점잖은 표현이지만, 현 경제상황과 정책에 대한 우려와 가볍지 않은 비판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비공개 간담회 내용을 ‘정제’해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더라도 참석자들은 현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통적으로 드러냈다. 박 전 한은 총재는 민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꼬집었다. 소득주도 성장도 좋지만, 공급 측면에서 민간투자가 촉진될 수 있도록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최저임금 급등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민간기업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면서 시급한 보완을 주문했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경제정책 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사실상 정책 독주와 일관성 부족을 지적하면서, 생산성 향상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노동정책 등을 우회 비판했다. 특히 노동정책과 관련해 박 전 한은 총재는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선을 그어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기업가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친노동정책 일변도 기조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간담회는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의 벽을 넘어 제한적이나마 경제정책 현장을 이끌었던 정책 원로들의 육성을 직접 청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현 경제정책에 대한 원로들의 의례적 치사만을 격려로 수용해 ‘경제정책이 크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 않으냐’는 아전인수식 위안의 방패로 삼는다면 간담회를 연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 문 대통령이 경제계 원로들의 의견을 경청했다면, 청와대는 당장 최저임금 및 주 52시간 근로제 부작용 해소, 4월 임시국회 내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뛰는 모습을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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