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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김학의 동영상 2013년 3월 5ㆍ13일 두차례 청와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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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김학의 동영상 2013년 3월 5ㆍ13일 두차례 청와대 보고”

입력
2019.04.04 04:40
수정
2019.04.04 07: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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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민정 “제정신이냐” 내사 중단… 경찰청장 교체하며 압박, 차관 임명 강행

경찰, 박지원 찾아가 “지원사격을” 요청… 18일 내사 착수 발표 초강수

민갑룡 경찰청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앉아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동영상이 시중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경찰을 집요하게 압박하며 내사를 중단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경찰로부터 어떤 내사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실제로는 2013년 3월초부터 김학의 동영상의 존재를 파악했으며 경찰의 첩보 보고에도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찰은 3월5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동영상 첩보를 처음으로 보고한 데 이어 동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날(3월13일)에는 청와대에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사실까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 3월5일 동영상 첩보 BH 민정에 첫 보고

2013년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과 검찰 수사팀 등에 따르면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의 동영상 존재를 처음 인지한 시점은 3월1일 무렵이다. 2012년 12월 서울 서초경찰서 고소 사건에서 처음 실체를 드러낸 김학의 동영상은 이미 시중에 상당히 유통되고 있던 터였다. 당시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장관 또는 검찰총장 등 주요 포스트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동영상 소문을 무시할 수 없었다”면서 “3월 1일과 4일 민정수석실에서 자체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시 민정수석실이 김 전 차관을 중용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영상 존재를 인지한 민정라인이 이 무렵부터 경찰 수뇌부에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하면서 관련 내사 또는 수사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민정은 경찰을 향해 ‘제 정신이냐’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동영상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경찰 움직임을 강하게 제지했다”고 전했다. “‘VIP가 중용하려는 현직 고검장을 몰래 들여다 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당장 그만 두라’는 질책까지 당했다”는 게 복수의 수사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청와대의 불호령에 경찰은 3월5일 김학의 동영상 첩보와 관련해 처음으로 민정수석실에 보고를 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 수사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강간과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여성 등을 독촉해 문제의 동영상도 이미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첫 보고에서 경찰은 “시중에 떠도는 정보를 첩보 수준으로 확인해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만 청와대에 전했다고 한다. 동영상 실물에 대한 언급이 없자 민정수석실은 “그럼 내사가 아니라는 것이냐. 추가 증거를 더 자세히 보고하라”고 연이어 독촉했지만 경찰은 “아직 직접 증거까진 확보 못했다. 추후 보고하겠다”면서 끝내 실물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실물을 확보하는 순간, 경찰 첩보는 사장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강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의 서슬퍼런 움직임에 경찰은 김학의 동영상 파일을 들고 당시 야당 법사위원이던 박지원 의원을 찾아가 도움까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윗선(청와대)의 의지로 수사가 중단되면 법사위에서 동영상과 자료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지원 사격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의 증언이다. 청와대의 압박으로 수사가 멈춰 설 때를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다. 당시 경찰은 김학의 사건 내사 착수를 공식 발표한 뒷날(3월19일) 동영상 확보 사실을 공개했지만, 실은 청와대의 압박에 동영상의 존재를 숨겨왔던 것이다.

13일 “동영상 입수” 보고에도 차관 임명 강행

청와대의 잇단 압력에 경찰은 3월13일 조금 더 진전된 ‘팩트’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학배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이 직접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찾아 “김학의로 추정되는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보고한 것인데, 시점이 공교롭게도 동영상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날이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김 국장이 다섯 시간 정도 청와대에 머무르며 동영상 확보 관련 보고 서류를 들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했다”며 “첩보 수준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동영상이 있다고 해서 말 그대로 민정실이 ‘멘붕’에 빠졌다”고 말했다.

경찰의 보고와 언론의 동영상 보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15일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의 법무부 차관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동영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경찰이 직접 증거나 정황을 제시하지 않았고 수사나 내사로 진전되지도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도리어 동영상 보고를 받은 13일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에게 사퇴를 통보하고, 김 전 차관 임명과 동시에 이성한 후보자를 경찰청장 후임으로 발표했다.

이에 경찰은 18일 김학의 사건에 대한 공식 내사 착수를 발표하고 19일 언론에 김학의 동영상 확보 사실을 알리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그러자 김 전 차관은 21일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수장까지 교체했음에도 수사를 강행하는 경찰에 청와대가 매우 당황했던 것 같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더구나 경찰이 내사를 정식 수사로 전환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동영상 감식까지 요청하자 청와대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013년 국회 법사위에서 활동했던 정치권 인사는 “수장을 경질하면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던 경찰이 국과수 검증 카드를 꺼내자 ‘이젠 김학의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청와대에서 나왔다”며 “경찰 정도는 컨트롤이 가능할 것이라 쉽게 판단했던 청와대가 뒤늦게 오판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민정라인 “경찰이 사고친 것” 여전히 반박

이런 정황에 대해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은 여전히 “외압은 없었고 경찰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키웠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민정수석실 소속 파견 경찰들이 수사팀에 직접 전화해 질책을 했을 수 있지만 실제 그랬는지 여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들은 상사의 뜻을 어기며 행동한 것이라 별도로 크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모든 사단은 경찰이 처음부터 동영상의 존재나 내사 착수 가능성을 제대로 말하지 않아서 발생했다”며 “경찰이 작정하고 크게 사고친 것일 뿐, 경찰 수사 또는 내사를 막을 의도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2013년3월5일 전후해 발생한 청와대와 경찰의 일련의 충돌은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환섭 단장이 이끄는 ‘김학의 수사단’도 3월5일을 청와대의 직권남용죄를 입증할 핵심으로 파악, 금명간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을 하는 것과 경찰 고유 업무인 첩보 확인 및 수사 착수 가능성 검토를 제지한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며 “특정인의 인사와 연결된 수사를 막으려 한 게 사실이라면 형사 처벌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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