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제주 4ㆍ3, 71년 만에 고개 숙인 군경

알림

제주 4ㆍ3, 71년 만에 고개 숙인 군경

입력
2019.04.03 17:31
수정
2019.04.03 19:24
9면
0 0

국방부 차관 “깊은 유감과 애도”… 경찰청장도 추념식 행사 첫 참석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념사 도중 울음을 참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추념사 도중 울음을 참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 4ㆍ3사건 당시 소요를 진압했던 군과 경찰이 희생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사건 발생 71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상 규명과 상처 치유를 끝까지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국방부는 4ㆍ3사건 71주년인 3일 “제주4ㆍ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4ㆍ3사건과 관련해 공식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이날 오전 검정 양복을 입은 국방부 관계자가 출입기자실을 방문해 입장문을 낭독했고, 오후에는 방미 중인 정경두 장관 대신 서주석 차관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직접 방문해 헌화하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무고한 희생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경찰은 자세를 더 낮췄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ㆍ3범국민위원회가 주최한 추념식에 참석해 방명록에 “4ㆍ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적었다.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고도 했다. 경찰 총수가 민간이 주도한 4ㆍ3사건 관련 행사에 찾아간 것은 처음이다. 민 청장은 ‘애도 표시를 사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원섭 재경제주4ㆍ3사건유족청년회장은 “군과 경찰은 4ㆍ3사건 당시 자행된 양민 학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군경 총수가 공식 행사에 참석해 사과하는 것은 희생자ㆍ유가족들이 오래 바라왔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로 추념사를 갈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제주 4ㆍ3은 여전히 봄 햇살 아래 서있기 부끄럽게 한다”며 “오늘 추념식에는 이낙연 총리께서 참석하셨다. 제주의 마음을 위로하고 우리 정부의 마음을 잘 전해주실 것”이라고 썼다. 이어 문 대통령은 “4ㆍ3의 완전한 해결이 이념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으로 가는 길”이라며 “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고 배ㆍ보상 문제와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더딘 발걸음에 마음이 무겁다”며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챙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추념식 참석 차 제주4ㆍ3평화공원을 찾은 이 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4ㆍ3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의 완성을 역사의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추념사 말미에 “저 또한 여러분과 비슷한 처지”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6ㆍ25전쟁 당시 총살 당한 작은아버지를 염두에 뒀다는 게 총리실 측 전언이다.

1947년 3ㆍ1절 기념식 발포 사건이 기점이 된 제주 4ㆍ3사건은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 동안 군경의 소요 사태 진압 중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1만4,000명~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