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시즌 2연승 쾌조
샌프란시스코전 5회까지 공 48개… 타선까지 폭발 첫 완봉승 기대감
‘상대투수 첫 피홈런’ 위기에도 7회까지 5탈삼진 침착한 호투

LA 다저스 류현진(32)이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개막 2연승을 거뒀다. 그것도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인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이뤄낸 승리다. 류현진의 ‘20승 목표’도 단순히 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1홈런) 무4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6-5, 1점 차 승리를 거두며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애리조나와 개막전(6이닝 1실점) 승리 이후 두 번째 등판에서 2승째를 챙겼다. 이날 직구 최고 시속은 92.2마일(148㎞)에 그쳤지만 주무기 체인지업 활용도를 높여 아웃카운트를 적은 투구 수로 쌓았다. 마운드를 지킨 7회까지 던지 공은 87개였다. 평균자책점은 1.50에서 2.08로 약간 올랐다.
박찬호 이후 18년 만에 한국인 빅리거로 개막전에서 선발승을 올린 류현진은 여전히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1회부터 5회까지 안타 1개만 내주고 48개로 실점 없이 막았다. 팀 타선도 3회말 키케 에르난데스의 선제 1타점 적시타에 이은 코디 벨린저의 만루포로 5점의 리드를 안겼다.
2013년 5월29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두 번째 완봉승도 기대할 수 있었던 페이스였지만 6회초 1사 후 상대 투수 매디슨 범가너에게 커터를 던지다가 2점 홈런을 맞고 흔들렸다. 류현진이 이날까지 허용한 57개의 홈런 중 투수에게 맞은 것은 범가너가 처음이다. 개인 통산 18호 대포를 쏘아 올린 범가너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그레인키를 상대로도 각각 2개씩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범가너에게 일격을 당한 후 류현진은 연속 2안타를 내줘 1사 1ㆍ2루 위기에 몰렸지만 에반 롱고리아를 3구 삼진, 4번 버스터 포지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 타자를 안타로 출루시켰지만 후속 타자를 병살타와 유격수 땅볼로 요리하고 임무를 마쳤다.
류현진은 개막 2경기에서 13이닝 동안 내준 3실점은 모두 홈런이었다. 애리조나전 당시 애덤 존스의 솔로포에 이어 이날 범가너의 2점포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피홈런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2경기에서 볼넷 없이 투구를 펼친 것에 의미를 뒀다. 2승째를 수확한 뒤 그는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홈런보다 싫어했던 게 볼넷을 주는 것”이라며 “당연히 투수에게 맞으면 안 되겠지만 볼넷으로 그냥 내보내느니 (홈런을) 맞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자신의 소신대로 류현진은 올해 시범경기부터 이날까지 28이닝 연속 볼넷을 주지 않았다. 개막 후 10이닝 이상을 소화한 19명 가운데 볼넷이 없는 투수는 류현진과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뿐이다. 볼넷을 주지 않으니 류현진의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지난해 1.01에서 0.77로 낮아졌다. 본인은 볼넷 없는 투구를 이어가면서 타석에선 범가너에게 볼넷을 골라 대량 득점의 토대를 마련했다. 0-0으로 맞선 3회말 무사 1루에서 류현진은 보내기 번트를 대려고 했지만 볼넷을 골랐다. 이 때 범가너는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심기가 불편해진 범가너는 결국 적시타와 만루포를 맞고 무너졌다.
현지 언론도 류현진의 정교한 제구를 주목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올 시즌 2경기에서 볼넷 없이 13개의 삼진을 잡아내 2승을 거뒀다”며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47이닝 연속 무볼넷을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또 트루블루LA는 “2경기 연속 놀라운 결과를 냈다”면서 “다저스 선발 중 처음으로 7이닝을 책임졌다”고 호평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직구 제구력과 체인지업이 좋았다”며 “다양한 구종으로 훌륭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어엿한 다저스의 1선발로 입지를 탄탄히 다진 류현진은 오는 9일 세인트루이스와 원정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에서도 승수를 쌓으면 류현진은 한국인 최초로 개막 3연승을 달성한 투수가 된다. 2001년 개막 2연승에 성공한 박찬호는 세 번째 등판에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7이닝 3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패 없이 물러났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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