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ㆍ감독 사각지대 해소 역부족
아이돌봄 지원사업에 참여한 아이돌보미가 생후 14개월 아이를 학대한 ‘서울 금천구 아이돌보미 아동학대’사건이 알려진 이후 아이돌보미에 대한 소홀한 관리 감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뒤늦게 현장 긴급점검에 나섰지만 관리ㆍ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부터 시행된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맞벌이 등으로 양육 지원이 필요한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를 소개해주고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정책이다.
아이돌보미 수요 확대로 아이돌보미 숫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관리자는 태부족이다. 아이돌보미 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이용가구와 연계하는 서비스제공기관 직원 1명이 50명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아이돌보미를 관리하는 서비스제공기관의 담당 직원 수 권고 규정은 ‘월별 활동돌보미 50인당 종사자 1명’이다. 기관에서 관리하는 아이돌보미 숫자가 200인 이상인 경우에만 노무전담 인력을 1명 추가로 둘 수 있다. 전국 221개 기관(지난해 말 기준) 중 약 92%(205개)가 아이돌보미 200인 미만으로, 직원 3명이 아이돌보미 채용, 서비스 연계, 안전사고 관리, 이용자 관리 등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보미들의 활동을 일일이 관리ㆍ감독할 여력이 없다는 게 기관들의 입장이다. 남부권의 A서비스제공기관장은 “현재 민원 접수 정도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아이돌보미의 서비스 질을 점검하거나,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털어놓았다. 광역단체 단위로 운영되는 모니터링단도 있지만 인력은 극소수다. 서울의 경우 3,500명의 아이돌보미가 있지만 모니터링단은 4명뿐이다.
정부가 아이돌보미 사업확대 실적에만 급급해 기관들이 관리감독이나 교육 등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2년차 아이돌보미인 한성은(가명)씨는 “서비스기관의 관심은 아이돌보미를 신규채용해 정부 지원금을 받고, 이용대기 중인 가구 수를 줄이는 일”이라며 “서비스 기관 관리자들은 아이돌보미 관리와 교육에 신경을 쓸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2012년 4만3,947가구가 이용했던 아이돌보미사업은 지난해에는 6만4,591가구가 이용할 정도로 수요가 폭증했다.
정부가 아이돌보미 관리와 교육을 등한시한 사례로 현장에서는 아이돌보미 공동간담회 폐지를 지목한다.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보미 관리 및 교육, 정보 공유 차원에서 월 1회 간담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했지만, 2016년 관련 지침을 없앴다. 그 이전에는 아이돌보미가 간담회에 참여하면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지만, 아이돌보미 노조가 만들어지면서부터 간담회 참석이 유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현장에서 나온다. 예산 문제 때문에 이를 폐지했다는 얘기다.
아이돌보미에 대한 관리ㆍ감독 강화를 위해서는 이용자 가정의 폐쇄회로(CC)TV 설치비용 지원이나 모니터링 강화 등이 대체로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예산확보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인 교육 실시 및 적극적 소통을 주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현장과 적극 소통하면서 지역 밀착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이돌보미를 포함한 돌봄 관계자들이 상호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자연감시체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아이돌보미 사태와 관련. 여가부는 이용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이달 안에 아이돌보미 양성ㆍ보수교육, 채용절차 및 결격사유 기준 등을 강화하는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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