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버터, 이렇게 요리해봤더니
출출한 배를 달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덩어리째 남겨진 버터와 마주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주말 한 끼는 빵으로 때우자는 생각에 토스트를 구우면서 조금 떼어 쓰고는 몇 주 간을 방치한 그 버터 말이다. 뭐라도 해먹자, 호기롭게 냉장고 밖으로 꺼내놓지만 특별한 레시피가 떠오르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일쑤. 그렇게 남겨진 버터는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혹은 냉장고 냄새가 배었다는 이유로 쓰레기 신세가 된다.
음식 풍미를 살리는 데 버터 만한 재료가 없지만, 유통기한이 짧아 골칫거리로 여겨지곤 한다. 애증의 버터, 어떻게 해야 끝까지 야무지게 먹을 수 있을까. 버터 한 통을 한 번도 다 먹어 본 적 없는, 2인 가구의 구성원인 기자와 자취족 인턴기자가 이강원 CJ제일제당 셰프의 도움을 받아 ‘버터 요리’에 도전해봤다.
우선 요새 ‘힙’하다는 베이커리와 카페에서 너도나도 시그니처 품목으로 내놓는 ‘앙버터’. 팥앙금과 버터를 샌드위치 속처럼 두툼하게 끼운 빵이다. 고형 버터가 들어가기 때문에 특유의 고소함과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느끼함은 덜하다. 크림이나 잼이 아닌 단팥을 사용해 남녀노소 입맛에 두루 잘 맞다.
홈메이드 앙버터를 위한 셰프의 ‘킥’은 빵을 ‘도라야키’(동그랗고 얇은 담백한 빵)로 만드는 것이다. 2인분 기준으로 핫케이크 가루 200g에 달걀 1개, 우유 150mL를 넣은 반죽을 체에 한번 거른 뒤 달궈진 팬에 올린다. 중약불로 굽다가 빵에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면 뒤집는다. 팥앙금은 불려 둔 팥을 삶아 물, 설탕을 넣어 으깨 250g 분량을 만든다.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 20g을 넣으면 식감이 산다. 고형 버터는 3, 4㎜ 간격으로 네모나게 잘라 쓴다. 이 셰프는 “빵을 구울 때 아주 소량의 기름을 키친타올로 프라이팬에 넓게 발라 줘야 빵 표면이 고르고 색도 곱다”고 귀띔했다.
버터 대신 버터오일을 사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카놀라유에 가공버터, 버터향을 섞은 오일이다. 고체 버터보다 유통기한이 3배 가까이 길고 포화지방ㆍ콜레스테롤 비중은 80%까지 낮다. 버터오일로는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봤다. 역시 2인분 기준이다. 우유 반 컵에 버터오일 1/2스푼, 달걀 2개, 설탕 1스푼, 구운소금 1/4 티스푼을 넣고 섞어 반죽물을 만든다. 고형 버터는 10분여 간 녹여서 쓴다. 2.5㎝ 두께 통식빵 면을 사선으로 자른 후 반죽 물에 살짝 담갔다가 달군 팬에 버터오일을 살짝 둘러 굽는다. 오븐에 넣고 180도 정도로 한번 더 데워주면 빵 끝부분이 바삭해진다. 휘핑크림이나 메이플 시럽과 함께 과일을 잘라 빵 위에 얹어주면 완성. 시나몬 파우더를 송송 뿌려 혹시 모를 달걀 비린내를 잡아주는 것을 추천한다.
버터가 들어간 ‘방탄 커피’는 요즘 다이어터들에게 사랑 받는 아이템. 블랙커피에 무염버터, 코코넛오일을 넣어 ‘총알도 막아낼 만큼 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방탄커피를 처음 만든 미국의 데이브 아스프리의 레시피에 따르면, 커피콩 37g을 갈아 물 237ml로 커피를 내린 뒤 무염버터 1큰술, 코코넛오일 1큰술을 넣는다. 버터와 오일이 속 쓰림을 줄이고 포만감은 높여 4~6시간 동안 식욕이 억제되는 원리다. 아스프리는 방탄커피를 포함한 ‘저 탄수화물 고 지방’ 식단으로 50㎏을 감량했다고 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김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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