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딩 맡은 현대캐피탈ㆍ흥국생명 동반 우승

“저도 두 팀 동반 우승은 처음이에요.”
벌써 치어리더 1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치어리더 김연정(29)에게 이번 시즌 프로배구는 유난히 특별했다. 경기장에서 발로 뛰며 응원했던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이 남녀배구 우승을 동시에 이룬 것이다. V리그 우승의 아이콘이 된 김연정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일 경기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연정은 “프로야구 NC와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을 때도 좋았지만 남녀배구에서 우승한 지금이 챔치(챔피언 치어리더)로서 어느 때보다 뿌듯하다”며 “현재 활동하는 치어리더 중 이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너무 영광스럽다”며 웃었다.
이번 동반 우승엔 아무도 몰랐던 김연정만의 ‘승리 루틴’도 있었다.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린 날은 항상 승리했다는 것이다. “원래 경기 전에 ‘오늘은 이길 거에요’ 같은 내용과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져서 패배 징크스 같은 게 생겼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올렸는데 그 때마다 이겼다. 흥국생명의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 2차전만 너무 바빠 사진을 못 올렸는데 그날만 졌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우승 루틴이 생긴 건 아닐까 한다.”

김연정은 특히 흥국생명의 12년 만의 통합 우승이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당시 김연경(31ㆍ엑자시바시)의 활약으로 흥국생명이 챔피언에 올랐던 때가 기억에 생생하다. 김연정은 “우승의 기쁨은 그대로였지만 많은 게 바뀌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땐 천안이었고, 지금은 인천으로 연고지가 바뀌었다. 또 이재영처럼 새로운 선수들이 자리를 채웠다. 저도 선수는 아니지만 막 걸음마를 뗀 막내 치어리더에서 이젠 팀의 리더가 됐다”고 회상했다.
10여 년의 세월에 프로배구의 인기도 함께 성장했다. 올 시즌 V리그는 역대 최고 관중 수와 시청률을 경신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시즌 전체평균 시청률은 1.05%로 ‘1%의 벽’을 넘었고 특히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역대 최고 시청률인 2.68%를 기록했다. 관중 수도 지난 시즌 51만7,674명에서 58만448명으로 12% 증가하며 겨울철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김연정이 현장에서 직접 느낀 배구의 열기도 뜨거웠다. 김연정은 “항상 경기장은 팬들로 꽉꽉 채워졌고 주말엔 서서 보시는 분들도 많다”며 “특히 선수들의 실력과 더불어 빼어난 외모나 팬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아이돌’처럼 어린 팬들이 많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치어리더를 대하는 팬들의 관람 문화도 성장했다. 김연정은 “요즘엔 클린 캠페인 등을 통해 팬들이 오히려 직접 나서서 ‘우리 치어리더는 우리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저희를 보호해주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레전드 치어리더’로 남고 싶다는 김연정의 앞으로의 목표는 치어리더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있다. 김연정은 “유튜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면서 전문적인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앞에서 끌어주고 싶다”며 “제 인생의 절반을 쏟아 부은 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권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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