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교육문화재단 경암상 수상자 강연
인문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
‘경암홀’서 노벨상 수상자 강연 추진

3일 오후 3시 부산 금정구 부산대 본관 대회의실. 학생, 시민, 교수 등 350명이 모인 가운데 학술강좌가 열리고 있었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좌석이 모자라 계단 등에 앉거나 서서 강좌를 듣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학술강좌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석좌교수로 있는 권헌익 교수가 맡았다. 권 교수는 이날 ‘북한의 예술정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학생들은 질문과 토론을 하면서 세계적 석학의 시각을 통해 새로운 배움을 만끽했다. 강연을 들은 시민 김창현(34)씨는 “세계적 석학의 강좌를 들어보니 북한 등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고, 이런 기회가 더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이사장 송금조)이 부산 시민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경암상 수상자 학술강좌가 지역민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만나기 힘든 각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질문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연을 한 권 교수는 인류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술상인 클리포드 기어츠상을 받는 등 사회인류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의 상들을 받았고, 관련 저서와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그는 실증적 현장 연구와 창의적인 이론 연구를 통해 세계 인류학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뿐만 아니다. 2008년 시작된 경암교육문화재단의 경암상 수상자 학술강좌에는 지금까지 시인 김지하를 비롯해 인문학이나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석학 9명이 참여했다. 물론 이들은 모두 ‘경암상’ 수상자들이다.
부산의 향토기업 태양그룹 송금조 회장이 평생 근검 절약해 모은 재산 1,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해 2004년 설립한 순수 공익재단인 경암교육문화재단은 2005년부터 ‘경암상’을 매년 수여해 오고 있다. 국가발전의 토대가 될 학술진흥과 인재양성,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문예 창달에 탁월한 기여를 한 학자와 예술가들에게 상과 상금을 전달해 왔다. 지난해까지 14회에 걸쳐 모두 6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대표는 “경암상 학술강좌는 시민들에게 유명 학자들의 학문적 성과와 견해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민들이 보다 높은 품격과 교양을 갖출 수 있기를 바람으로 열리는 것”이라며 “수상자들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시민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지식을 아낌없이 내놓는 장”이라고 말했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경암상 학술강좌를 요청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대에 305억원이라는 거액의 발전기금을 기부한 경암(耕岩) 송 회장의 부인이자 학교 법인 태양학원 이사장인 진 대표는 투명하고 건전한 사학 운영과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로 2017년 ‘국민 교육발전 유공자 훈ㆍ포장 전수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부산진구 송 회장 자택 옆에 개관한 ‘경암홀’에서는 국내외 유명인 초청 강좌를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 초청 강좌 등도 계획하고 있다. 진 대표는 “경암홀이 앞으로 시민교양과 학문적 토양을 든든할 수 있는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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