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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회 의장은 두 명?… 존재감 없는 시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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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회 의장은 두 명?… 존재감 없는 시의원들

입력
2019.04.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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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원들이 지난해 7월 17일 제8대 광주시의회 개원에 앞서 새 의장 선출을 놓고 의원 간 감투싸움으로 파행을 빚은 데 대해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의원들이 지난해 7월 17일 제8대 광주시의회 개원에 앞서 새 의장 선출을 놓고 의원 간 감투싸움으로 파행을 빚은 데 대해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요즘 광주시의회 안팎에선 “시의회 의장이 두 명이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김동찬 시의회 의장과 A전문위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 의장과 친구인 A전문위원이 소관 상임위원장과 위원의 자치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실세로 등장했다는 ‘상왕설’이 핵심이다. 집행부 공무원들이 A전문위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것은 물론이고 시의원들까지도 A전문위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뒷말까지 나돈다. 한 광주시의원은 “의원들이 경험이 없어서 A전문위원에게 의회활동 등과 관련해 문의하는 일이 잦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의 한 간부도 “A전문위원이 워낙 설치는 바람에 시의원들까지도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개원 10개월째인 제8대 광주시의회의 현주소는 이렇듯 암울하다. 지난해 7월 원 구성을 놓고 파행을 겪으면서 시민들에 대한 사과로 시작했던 광주시의회였다. 당시 시의회는 “적극적으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의회’가 되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했지만 능력의 한계만 드러내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의회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론이 팽배하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시 산하 광주환경공단 이사장과 광주복지재단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들 수 있다. 시의회는 도덕성과 준법성 흠결 논란이 컸던 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하거나 역할 수행이 염려된다며 사실상 임명 반대 의견을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보란 듯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의회 경시 논란을 부추겼다. 이에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시민들 눈높이를 무시한 정실ㆍ보은 인사를 철회하라”고 날을 세웠지만, 이 시장의 인사권을 견제해야 할 시의회는 아예 입을 닫고 있다. 여기엔 시의회의 부실 검증과 이 시장 눈치보기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게 시의원 23명 중 22명이 이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일색에다가 초선 의원이 20명이나 되는 시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특히 시의원들이 집행부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B의원이 공무원들의 회유에 넘어가 5분 자유발언을 취소한 건 대표적인 자질 부족 사례로 꼽힌다. 실제 B의원은 지난해 11월 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민간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해 광주시도시공사의 땅장사 논란 등을 비판하겠다고 공표했다가 돌연 개회 30분 전에 이를 취소했다. 공무원들이 의원실로 찾아와 “5분 자유발언을 취소해달라”고 1시간 가량 회유하자 이에 넘어간 것이다. 앞서 같은 해 10월엔 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 시장의 공약인 광주브랜드 상설공연장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데 대해 집행부가 국비 확보를 통해 사업을 재추진하자 “의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무력화시켰다”고 발끈했다. 하지만 이런 반발도 이틀을 가지 못했다. 의원들과 이 시장간 간담회 직후 격앙된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이런 가운데 의원들의 정책 및 의제 발굴 능력, 수준 낮은 질의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물론 광주복지재단의 부실 운영을 들춰내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측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민생 및 지역 현안과 관련한 의제를 선점하고 추진하는 동력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광주전남시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이번 광주시의원들을 보면 한 마디로 ‘함량 미달’이라는 생각이 앞선다”며 “지방의원으로서 전문성과 준비성이 부족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공무원에게 휘둘린다는 말까지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의회가 지난해 10월 의정 활동에 대한 여론 수렴 등을 위해 시민 47명으로 의정모니터단을 구성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탓에 그나마 시민 견제를 통한 의원들의 자질 향상 기회마저 사라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쯤 되자, 참다 못한 시민들이 시의원들을 대신해 직접 지역 의제를 만들고 의정 활동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시민 플랫폼 나들과 지역공공정책 플랫폼 광주로는 4월 중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의정모니터링단을 만들고 의회 상임위원회별로 시의원들의 활동 상황을 분석한 뒤 6월쯤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시민플랫폼 나들 관계자는 “시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 향상은 물론이고 의원으로서 시민들에 대한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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