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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ㆍ3 사건 71주년…피해 보상은 아직도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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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ㆍ3 사건 71주년…피해 보상은 아직도 ‘감감’

입력
2019.04.0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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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촉구를 위한 범도민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역사의 염원이다. 4·3특별법 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2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제주4·3특별법 개정 촉구를 위한 범도민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역사의 염원이다. 4·3특별법 개정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 1월 17일 제주지법은 4ㆍ3 사건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사람들에 대해 사실상 무죄인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죄 없이 감옥에 갇혔던 2,500여명 중 18명에 대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포함, 4ㆍ3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표류 중인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 4ㆍ3 수형인들의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4ㆍ3 당시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밝혔다. 임 변호사는 “하루에 100명, 200명 이렇게 (유죄) 판단을 하려다 보니까 판결문조차 만들지 않았다”면서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간) 이 분들이 무슨 죄로 끌려왔는지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수형자들은 억울함을 토로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 사람이 무슨 일을 했으니까 재판 받고 감옥까지 갔다 왔겠지’라고 주변 사람들이 생각할까 봐 스스로 전과자, 빨갱이, 폭도라고 여겼고, 가족에게 피해가 갈 것이 두려워 숨기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생존 수형인들이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재판 한 번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재심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생존 수형인은 극히 일부다. 임 변호사는 “한국전쟁 때까지 감옥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학살을 당하거나 제주로 돌아오지 못했다”면서 “(불법 군사재판을 받았던) 2,530여명 중 생존한 사람들은 아주 예외적”이라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1월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18명 이외의 생존 수형인들을 모아 2차 재심을 준비 중이다.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아 ‘전과자’ 낙인을 지웠지만 그간의 피해 보상은 아직 아무 것도 이뤄진 게 없다. 제주 4ㆍ3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4ㆍ3 발발의 원인과 주체 명확화 △희생자 배ㆍ보상 법적 근거 마련 △당시 불법 군사재판 무효화 등이다. 오 의원은 특히 배ㆍ보상에 대해 “민주화운동 보상 관련 법률에 의거해 평균적으로 보면 1억2,000만원 정도”라면서 “4ㆍ3의 경우 (정부가 인정한) 1만4,000명 이상의 희생자가 있기 때문에 1조6,000억~1조8,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국가 재정 규모를 감안해 5년이나 10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제주 4ㆍ3 사건이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 미국 군정기에 발생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됐다. 군사정권 때까지 이 사건은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정의됐고 다른 논의를 허용하지 않았다. 2000년 1월 제주4ㆍ3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 진상조사가 시작됐고 지금까지 희생자로 인정 받은 사람은 1만4,000여명이다. 전문가들은 희생자 규모가 3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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