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고성 시작으로 철원ㆍ파주까지 ‘평화ㆍ생태 관광지’로
정부가 비무장지대(DMZ)에 둘레길을 조성해 개방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있는 경기 파주시와 강원 철원ㆍ고성군이 대상이다. 정부는 우선 고성 지역을 이달 말 시범 개방하고, 나머지 구간 운영 시점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과 협의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방문객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계기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졸속 사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행정안전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통일부ㆍ국방부ㆍ환경부 등 5개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DMZ와 연결된 3개 지역을 ‘DMZ 평화둘레길’(가칭)로 조성하고, 4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국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단 이후 DMZ 개방은 처음이다. 둘레길은 파주ㆍ철원ㆍ고성에 각각 20ㆍ14ㆍ7.9㎞ 길이로 설치된다.
고성 지역 둘레길은 이달 말 시범 개방된다. 통일전망대에서 시작,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로 이어지는 코스다. 통일전망대~금강산전망대 구간을 차량으로 이동하는 별도 코스도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상설 운영시기는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원ㆍ파주 지역 둘레길은 추가 논의를 거쳐 운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철원에는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 DMZ 남측 철책길을 따라 공동유해발굴현장과 인접한 화살머리고지 GP(비상주)까지 방문하는 코스로, 파주에는 임진각에서 시작해 도라산전망대를 경유해 철거한GP 현장까지 방문하는 코스로 각각 둘레길이 조성된다.
정부는 둘레길 조성에 4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날 43억8,150만원 이내의 남북협력기금을 해당사업에 지원하는 안을 심의ㆍ의결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비용은 개별 지자체에서 충당한다. DMZ둘레길은 향후 DMZ를 따라 한반도 동서를 횡단하는 ‘탐방길 연결사업’,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연계ㆍ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9ㆍ19 군사합의 이후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며, DMZ 둘레길 조성 및 개방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이 평화를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 안전을 100% 담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DMZ 철책 부근까지만 접근을 허용하는 고성과 달리, 파주ㆍ철원의 경우 DMZ 안 GP까지 관광객 진입이 가능해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남북이 DMZ 내 보유하고 있는 GP는 각각 150여개, 50여개다.
그럼에도 정부가 둘레길 개방과 관련, 대북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안일한 태도란 지적이다. 아울러 정전협정에 따라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승인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부는 3개 지역을 모두 이달 말 개방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2일 기자들에게 사전 배포했다가, 안전 문제 우려가 제기되자 부랴부랴 계획을 변경해 발표했다.
때문에 정부가 판문점선언 1주년을 계기로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까지 굳이 이달 말에 개방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방부는 “방문객 출입 및 안전 조치 등에 대한 유엔사와의 협의는 조만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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