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갑 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 이사장, 전 대구시장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것은 오래전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약 40억 년 전 지구라는 행성이 탄생했다. 약 7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 종이 출현했고, 그 이후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과학혁명이 시작된 것은 크게 오래되지 않았다. 지구수명에서 인류가 누린 역사는 미미하지만 지금까지 물질주의에 편승해 잘살며 즐기고, 편리함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했다. 인류는 지구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지만, 자연은 지금 거의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자연훼손의 반대급부로 자연의 역습이 재앙수준에 이르렀다. 쓰나미, 미세먼지, 지진, 오존층 파괴에 따른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는 대부분 인류가 자초한 일들이다.
◇나무를 심는 것은 삶의 철학을 실천하는 것
나무를 심고 가꾸는 진정한 의미는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것이며, 후손들에게 편하게 살 수 있는 자연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사람들은 나중은 없고 지금 자기 앞의 삶의 영위만 생각한다.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사는 일에 젖어서 후손들의 걱정은 염두에 없다.
지금처럼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방치한다면 우리 후손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사람들은 자연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느끼지도 못하며 경각심도 없다. 자연은 후손에게서 미리 빌려서 쓰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니다. 잘 활용하고 보호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중요한 책무이다.
1995년 민선 1기 대구 시장이 된 후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1천만 그루 이상의 거수목을 식재해 가로수와 공원을 확장했다. 전국에 있는 나무는 대구가 다 사 갈 정도라고 소문이 났다. 대구는 대표적인 분지도시다. 공기의 순환이 어려워 환경도 나쁘다. 분지의 악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른 분야보다 미래지향적인 환경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옛날에는 묘목을 많이 심었다. 성장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직경 20㎝이상 되는 거수목은 성장하는데 3년이면 족하다. 초창기 일부 시민들은 “묘목을 심으면 되지 왜 돈 들여서 거수목을 심느냐”면서 오해와 함께 심한 비판을 했다. 세월이 흐르자 이해하고 “잘했다”고 했다. 이제 대구는 전국적으로 숲의 도시로 소문이 났다. 친환경도시가 되었다. 공기가 개선되고 한여름 기온이 1~2도 정도 내려갔다. 기적 같은 일이다.
◇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
은퇴 후 80세 노인으로서 푸른대구가꾸기시민모임을 만들었다. 다시 나무를 심었다. 2014년 3월 대구 신천변에 150명의 시민과 함께 홍매화 200본, 무궁화 200본, 산수유 150본 식수를 시작으로 첫해는 총 1,350본의 나무를 심었다. 이후 작년까지 총 4,670명의 대구 시민과 총 16,400본의 나무를 심었다. 올해도 식목일을 맞아 200여 명의 시민과 함께 등산로 주변 단풍나무길 조성사업 등 식수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나무는 심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구시민들은 가꾸는 노력이 부족하다. 나무의 효험을 100% 얻어내려면 물을 주고 가꿔야 한다. 내 집 앞 나무는 내가 애지중지 가꾸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 있는 숲의 도시처럼 되려면 아직도 나무를 더 심어야 하고 시민의식을 고취해야 한다.
나무를 심을 때도 무작정 심을 것이 아니라 대구환경과 시민들 휴가 활용, 관광유치 등을 생각하면서 계획적으로 심어야 한다. 점점 나무를 심을 장소가 없어진다. 4대강 정비로 금호강에 넓은 고수부지가 생겼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는 금싸라기 땅을 계획없이 무질서하게 활용하고 있다. 운동시설만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운동시설은 동호인 몇 명이 즐기는 공간이다. 250만 대구시민이, 특히 젊은 부부가 아이와 손잡고 갈 데가 없다. 수목원도 주차공간이 없어 이미 포화상태다.
◇대구에 전국최대 산수유단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산수유는 첫봄에 피는 꽃이다. 개나리와 비슷하다. 봄에는 노랗게 꽃이 피고 가을이면 빨간 열매를 맺는다. 금호강변에 전국최대 산수유단지를 만들 계획이었다. 3월이면 고속도로와 열차를 타고 대구를 지나가면 노란색 황금빛으로 좋은 경치를 선물할 수 있다. 지금 대구는 첫인상으로 염색공단과 3공단 굴뚝만 보인다. 이런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다.
운동시설이 있는 고수부지에 나무를 심는다고 고발과 투서가 난무했다. 금호강변에 나무를 심으려면 부산국토관리청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투서로 인해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다.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일부 사람들이 끈질기게 막았다. 불법으로 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신념에 따라 나무를 심었고 좋은 일을 하는데 투서와 고발과 악랄한 댓글에 시달렸다. 금호강변 고수부지에 산수유단지를 만들겠다는 꿈은 난관에 봉착했다.
◇나무심기는 시민의식을 높이는 정신운동
나무심기는 대구 시민의 의식을 바꾸는 정신운동이다. 나무는 사람과 같다. 가꿔야 한다. 내 집 앞 가로수는 내가 물을 주고 가꿔야 건강하고 아름드리나무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예쁜 단풍만 보고 즐기려 한다. 즐기기 위해서는 내가 심고 가꿔야 한다.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도 세계적인 숲의 도시 비엔나, 잘츠부르크, 시드니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다.
끝으로 가뭄, 태풍, 지진,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것이 미세먼지다.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막는 길은 나무를 심는 일이다. 나부터 먼저 실천해야 한다. 산에는 태양광을 설치한다며 나무를 마구 잘라낸다. 정부당국과 식자들이 먼저 나무의 중요성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나무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선진국처럼 나무를 더 많이 심어 아름다운 도시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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