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선거판에 ‘트럼프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후광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아프리카 정치인들과 검은 대륙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미국 정치 컨설팅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다. 아프리카 정치판에서 슈퍼 스타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연줄이 닿는 미국 정치 고문들의 인기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진출한 미국 정치 컨설턴트의 대표주자는 리바 레빈슨이다. 2016년 트럼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의 제자인 그는 2006년 아프리카 최초 여성 대통령 엘렌 존슨 설리프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집권을 도우면서 이미 유명세를 탄 바 있단. 지난 2월 치러진 나이지리아 대선에서 야당 제1후보였던 아티쿠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휘했다. 상대방(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에 패했지만,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은 레빈슨 덕분에 선거전 내내 미국으로부터 상상 이상의 정치적 도움을 받았다. 선거 기간 백악관 인근 트럼프호텔에 머물며 워싱턴 주요기관에 출입한 것은 물론, 미국 정치인 및 로비 단체와 수 차례 만남을 가졌다. 2010년 미 상원에서 ‘해외 부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그의 이름을 올렸고 수년 간 미국 입국이 금지된 사실을 고려하면 레빈슨 덕분에 이미지 세탁을 완벽하게 한 셈이다.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을 도운 트럼프 측 인사는 레빈슨만이 아니었다. 트럼프 캠프에서 선거자금 모금책으로 일했던 브라이언 발라드는 매월 9만달러(약 1억 200만원)를 받고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과 미국 정치인들 사이의 만남을 주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스콧 메이슨은 법률회사 홀랜드앤드나이트를 이끌고 국무부에 로비를 벌인 끝에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의 미국 입국비자를 확보해냈다.
국내 정치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미국 정치컨설팅 업체에 기대는 건 아프리카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2016년 가봉의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은 홍보업체 오길비를 고용해 선거운동을 벌였다. 특히 외신기자들을 수도 리브르빌에 있는 대통령궁으로 초대해 1대1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짐바브웨 정부는 지난달 발라드가 이끄는 컨설팅 업체와 5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에서 아프리카 후보들이 대미 관계에 목을 매는 건 이 지역 국가들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극심한 빈곤, 이슬람 세력의 위협에 직면한 현실에서 ‘미국과의 스킨십이 두터운 지도자’라는 인상은 정치적으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또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서 민주주의 선거의 역사가 길지 않아 선진 전략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정치 컨설팅업계 입장에서도 아프리카는 떼돈을 벌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엄격하지 않은 현지 언론을 잘 활용하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데다가 미국에서 이미 갈고 닦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 전략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아프리카에 대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두고 중국과 경쟁을 펼치면서, 미국 컨설팅업계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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