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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닥친 주세법 개정... 주류업계 '4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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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닥친 주세법 개정... 주류업계 '4월 전쟁'

입력
2019.04.04 18:51
수정
2019.04.04 23: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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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청정라거 ‘테라’가 홍천공장에서 첫 출고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지난달 21일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청정라거 ‘테라’가 홍천공장에서 첫 출고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주류업계가 4월을 맞아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50년간 이어졌던 주세법의 개정을 이달 중 본격 논의하겠다고 발표하자 주류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기존 출고가격에 세금을 붙이는 ‘종가세’ 대신 술의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를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꾸는 안이다. 그 동안 국내 주류업계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합산한 출고가에 주세 72%를 붙이는 종가세가 적용돼 “국산맥주가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수입맥주에는 ‘수입신고가+관세’가 과세표준으로 적용된다. 수입신고가는 수입업자가 임의로 설정해 낮게 신고하면 그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어 논란이 됐었다. ‘수입맥주 4캔=1만원’ 전략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수입맥주 시장이 2015년에 비해 3배 이상 커진 것도 이런 가격경쟁력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래서 종량세를 통해 국산과 수입맥주의 세율 부담을 공평히 해 ‘페어 플레이’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주류업체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게 변수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소주나 위스키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를 생산, 판매하는 쪽은 세금이 높아진다. 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맥주만 취급하지만, 2, 3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맥주와 소주를 같이 판매하고 있어 득실을 따지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주세법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간 눈치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오비맥주의 맥주 ‘카스’
오비맥주의 맥주 ‘카스’

판 흔든 오비맥주의 도발

판을 먼저 흔든 건 오비맥주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26일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4일부터 카스 병맥주(500㎖)의 출고가가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56.22원 올랐다. 캔과 페트병(PET) 제품 가격도 인상된다. 오비맥주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거론했지만, 여러 계산이 깔려 있는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로선 주세법 개정 이전에 맥주 가격을 올려 수익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AB인베브는 지난해 5,0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올해도 그 수준을 유지해 최대 실적을 올리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쟁사 하이트진로가 8년만에 내놓은 신제품 ‘테라’의 시장 진입도 견제하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의 특성상 가격이 인상되기 전 도매상을 중심으로 ‘사재기 바람’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카스는 수익 확보는 물론 하이트진로의 테라 시장 진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제품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되기까지 3~4개월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카스의 판매고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오비맥주는 여기에 이달부터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버드와이저 500㎖ 병맥주도 출시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카스와 달리 가격 인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테라를 견제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4월 주세법 개정에 앞두고 요동친 주류업계. 그래픽=김경진기자
4월 주세법 개정에 앞두고 요동친 주류업계. 그래픽=김경진기자

복병이 된 소주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고민에 빠졌다. 수입맥주의 공세로 국산맥주가 고전하면서 종량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도수가 높은 소주와 위스키 등을 함께 취급하고 있는 게 변수다. 종량세로 인해 독주에 세금이 높게 책정되면 소주의 출고가가 높아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소주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1위 ‘참이슬’, 그 뒤를 쫓는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서민의 술’로 인식되는 소주 가격이 올라가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저항도 커진다.

두 업체는 오비맥주를 따라 맥주 값을 인상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소주 값과 함께 맥주 가격도 함께 올린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롯데주류의 경우 ‘클라우드’의 가격 인상 카드를 한때 만지작거렸지만, 소주 ‘처음처럼’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두 업체는 “시장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 역시 이래저래 머쓱하게 됐다. 일단 “주류 가격 인상 없이 개정안을 살피겠다”고 했는데 오비맥주의 기습 가격 인상으로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카스가 가격 인상으로 업소에서 5,000원대에 판매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소주 가격 인상도 거론되고 있어서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주세법 개정안은 이달 말쯤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기획재정부 검토 후 국회에서 논의 될 예정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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