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여러분’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8%를 돌파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2 ‘국민 여러분’ 2회는 7.0%, 8.4%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1일 방송된 1회분 보다 약 0.9%P 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는 같은 시간대 방송된 SBS ‘해치’와 동일한 2부 기록으로 ‘국민 여러분’은 방송 첫 주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를 넘보게 됐다.
첫 주 성적은 꽤나 만족스럽지만, 사실 ‘국민 여러분’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아니, ‘국민 여러분’을 향한 여론만 본다면 지난 방송의 시청률 상승이 아이러니할 지경이다.

캐스팅 단계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지금까지 여전히 ‘국민 여러분’의 앞에 놓인 산은 주인공 양정국 역을 맡은 최시원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다. 최시원은 앞서 지난 2017년 반려견 프렌치불독이 한일관 대표 김 모씨를 물어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고에 휘말렸던 바 있다. 당시 최시원은 사과문을 통해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뒤 공식적인 활동을 자제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왔다.
해당 논란 이후 2년 만에 ‘국민 여러분’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최시원은 제작발표회 당시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저와 관련된 모든 일과 저와 관계된 모든 일에 대해서 더욱 더 주의하고 신중하고 조심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렸던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한 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유쾌하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자신의 각오처럼 첫 방송에서 공개된 최시원의 연기력은 전작들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최시원은 ‘코믹 연기를 답습한다’는 지적을 벗어나 타고난 사기꾼 양정국의 옷을 완벽하게 입으며 연기력의 발전을 알렸다. 최시원의 호연에 초반 코믹하고 발 빠르게 진행된 ‘국민 여러분’의 전개 역시 매끄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2년 전 최시원의 반려견 사고와 관련해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이 같은 최시원의 연기력이 아직까지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전히 많은 네티즌들은 최시원의 주인공 캐스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국민 여러분’ 시청 자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시원의 연기력이 기대 이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이 같은 여론을 반전시키는 것은 오롯이 작품의 재미와 최시원의 진솔한 연기, 발군의 연기력에 달렸다.

최시원은 애초부터 예상했던 ‘산’이었다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물음표가 발생했다. 바로 김민정이다.
앞서 지난 해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쿠도 히나 역으로 연기력 호평을 받았던 김민정. 차기작인 이번 작품에서 대한민국 사채업의 전설 박상필의 넷째 딸이자 양정국(최시원)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던 박후자로 분한 김민정은 ‘갑질 연기’로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민정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꽤 맛깔 나게 연기를 하는 것 같다.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이에 데뷔 30년차 배우 김민정이 어떤 연기로 새롭게 열린 연기 전성기 제 2막을 이어갈지에 기대감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다.
1회 말미 짧은 등장을 알렸던 김민정은 지난 2일 방송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했다. 하지만 글쎄. 김민정의 자신감에 비해 그녀의 연기에는 다소 물음표가 붙는다.
물론 29년 연기 경력답게 연기력 자체는 그리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다만 “‘갑질 연기’를 위해 참고한 실존 인물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을 정도로 박후자 캐릭터의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다던 김민정이지만, 그 동안 김민정이 해왔던 연기와 그다지 크게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의문이었다.
말투만 현대극으로 바뀌었을 뿐, 특유의 숨소리 섞인 느릿한 톤은 전작인 ‘쿠도 히나’와 별반 다를 게 없었으며 예고했던 ‘갑질’ 연기 역시 어딘가 2% 부족했다. 서늘하게 웃는 표정으로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한다고 다 ‘갑질’ 연기는 아니지 않는가. 표독함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코믹하지도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연기는 첫 등장만으로 박후자에게서 주인공 양정국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적 캐릭터 그 이상의 매력을 자아내지 못했다. 기본적인 연기력과 별개로, 변신 없는 배우는 결국 새로운 캐릭터의 맛을 100% 살리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민 여러분’이 아직까지 이 난관을 타개해 나갈 기회는 충분하다. 2회 만에 10% 돌파를 넘보고 있는 시청률과, 최근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원하면서도 코믹한 전개, 신선한 소재 등이 그 기반이다. 아직 방송이 2회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여론을 반전시키기에 희망적이다. 그 여정이 마냥 순탄친 않겠지만, 현재 작품이 직면한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영리하게 돌파한다면 분명 어딘가에 해답은 있을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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