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태인호가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위트까지 장착한 ‘매력 만점 정치신인’으로 변신했다. 전작 ‘미생’, ‘태양의 후예’, ‘라이프’ 등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태인호는 KBS2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에서 정치계에 갓 입문한 정치 신인 ‘한상진’ 역을 맡았다. 소탈해 보이지만, 굳은 정치적 신념과 패기를 지녔으며 진심으로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꿈꾸는 인물. 김미영(이유영)과는 모친 김경애(길해연) 때문에 반 남매처럼 자란 사이로 김미영을 오래 전부터 짝사랑했다.
앞서 1~2회에서는 강력계 형사 김미영(이유영)과 사기꾼 양정국(최시원)의 스펙터클한 첫 만남부터 결혼 생활까지 그려졌다면, 3~4회에서는 보궐선거를 위해 한국에 돌아온 한상진(태인호)과 권력을 키우기 위해 선거판을 설계하려는 사채업자 박후자(김민정)가 서로 얽히고설키는 상황이 전개됐다. 앞으로 네 사람이 만들어낼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이야기가 출마 전 시점부터 흘러가는 가운데, 이날 태인호는 범상치 않은 등장으로 더욱 풍성해질 재미를 예고했다. 거뭇거뭇한 수염에 벙거지 모자와 배낭, 흡사 노숙자를 방불케 하는 수수한 차림으로 공항에 나타난 것. 첫 회 국회의원 후보토론회 장면에서 비친 말끔한 비주얼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독일에서 정치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한상진은 바로 김미영이 근무 중인 경찰서로 향했다. 미영을 기다리며 붕어빵을 먹던 상진은 경찰에게 노숙자로 오해받고 쫓겨날 뻔했다. 이에 상진은 “모든 국민은 국민으로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그게 노숙자든 뭐든 상관없다”라며 열변을 토한 뒤, 다시 살가운 미소로 붕어빵 먹는 것을 이어가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상진이 미영에게 뒤늦게 축의금을 전달하는 장면에서도 뜻밖의 웃음 폭탄을 안겼다. 수줍게 세 손가락을 들며 미영에게 돈 봉투를 건넨 상진과 30만원으로 착각하고 고마워한 미영. 하지만 일순간 표정이 굳어지고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상진의 눈빛에선 30만원이 아닌, 3만원임을 짐작게 했다. “집에 가서 열어봐. 최대한 늦게”라며 쭈뼛대는 상진의 다소 인간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유쾌한 웃음을 유발했다.
한편 한상진과 박후자의 긴장감 넘치는 첫 대면도 그려졌다. 사채업자 박후자는 보궐선거 출마 예정인 한상진에게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면 평생 서포트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상진은 “결혼도 안 했고 집도 없고 대출도 없고 빚도 없고 그렇다. 그래서 정치하는 거다”라며 아쉬울 것도 지킬 것도 없다는 이유를 빗대어 단호히 거절했다.
이처럼 태인호는 기존의 정치가들과는 결이 다른 색다른 캐릭터로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올곧고 허례허식 없는 성격, 위트 넘치는 말솜씨를 갖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호감을 끌어냈다. 강렬한 이미지를 벗고 한결 편안해진 태인호의 얼굴은 한상진의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면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주 “하하하” 웃는 습관도 캐릭터의 단면을 보여주는 연기 디테일 중 하나. 훗날 양정국(최시원)과 맞붙을 상대로서 외유내강의 반전 카리스마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었다.
방송 말미에는 박후자가 한상진을 포기하고 양정국을 이용하기로 결심,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해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KBS2 ‘국민 여러분!’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강기향 기자 gihyang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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