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정당 소속 의원 12명 입법 추진… 3일 하원서 논의 전망
영국 의회의 잇단 부결로 아무런 합의도 맺지 못한 채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no dela)’ 브렉시트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이러한 사태만은 피하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영국 하원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을 포함, 여러 정당의 의원 12명은 정부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노 딜’만은 막자는 취지다. 쿠퍼 의원은 “테리사 메이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의 발생을 막을 책임이 있다. 만약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엔, 의회에 책임이 있다”고 해당 법안을 준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들 의원은 브렉시트를 얼마나 미룰지, 그 기간에 대해선 정부 판단에 맡길 방침이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영국에선 오는 12일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앞서 EU는 영국 하원에서 EU 탈퇴 협정이 승인될 경우, 브렉시트 시한을 당초 예정일이었던 3월 29일에서 5월 22일로 약 2개월 연기해 주기로 했다. 의회의 협정 부결 땐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하거나,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여하는 걸 전제로 ‘장기 연기’를 하는 방안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수차례 유럽의회 선거 불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장기 연기는 사실상 옵션에서 배제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국 내에선 브렉시트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의회에 제시한 기존 합의안은 이미 두 차례 승인투표에서 큰 표차로 부결됐고, 이후 합의안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만 따로 표결에 부친 것 역시 과반표 획득에 실패했다. 급기야 하원이 별도로 브렉시트 대안 모색을 위해 실시한 두 차례의 ‘의향투표’도 잇따라 부결됐다.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한,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쿠퍼 의원 등의 이번 법안 발의와 관련, 의사일정안을 발의해 하원의 의향투표를 이끌어냈던 보수당의 올리버 레트윈 경은 “매우 어렵겠으나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찬성의 뜻을 표했다. 아직 구체적인 입법절차까지 제시되진 않은 가운데, 이 부분은 오는 3일 브렉시트 대안 추가 토론 및 의향투표 때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BBC방송은 추가 의향투표를 실시한다 해도 과반 확보가 가능한 브렉시트 대안이 도출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하원이 일단 ‘연기 법안 통과’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이 법안이 영국 의회의 문턱을 넘는다 하더라도, 무조건 ‘노 딜’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시점을 ‘4월 12일 이후’로 연기토록 해 달라고 EU에 요청해야 하는데, 앞서 ‘유럽의회 선거 참여’라는 조건을 내건 EU가 순순히 동의해 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EU는 오는 10일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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