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좌완 선발 유희관(33)이 2경기 연속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유희관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쳐 팀의 9-0 영봉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27일 첫 등판이었던 키움전에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이날은 화끈한 득점 지원을 받아 첫 승을 챙겼다. 또한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꾸준한’ 유희관의 귀환을 알렸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한 유희관은 2013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데뷔 후 첫 10승을 달성했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자리를 꿰차 12승9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고, 2015년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2016년 15승 이후 2017년 12승, 2018년 10승으로 내리막을 탔다. 특히 지난해엔 6년 연속 10승을 달성했지만 평균자책점은 6.70까지 치솟았다. 또 SK와 한국시리즈에서도 시리즈 내내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6차전 연장 13회초에 불펜 투수로 나가 한동민에게 결승 홈런을 맞고 준우승에 그친 아픈 기억도 있었다.
올 시즌 선발 자리가 위태로웠던 유희관은 절치부심했다. 지난 겨울 체중을 7~8㎏ 빼서 전성기 시절의 경쾌한 투구 리듬을 찾으려고 했다. 감량 효과는 선발 경쟁을 펼쳤던 시범 경기부터 나타났다. 두 차례 시범 경기에서 9이닝 1실점으로 부활 조짐을 보였던 그는 개막 전에 선발 자리를 확보했다. 그리고 첫 등판이었던 키움전에서 7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고의 투구였다”며 “시범 경기부터 계속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자신감이 붙은 유희관은 두 번째 등판에서도 쾌투를 펼쳐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직구 최고 시속은 131㎞에 불과했지만 최저 122㎞까지 떨어트려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다. 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포크를 섞어 던지는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지난해 유희관에게 9이닝 동안 9점을 뽑아냈던 KT 타자들은 ‘느림의 미학’을 앞세운 투구에 꼼짝 못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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