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 국내 본사가 1994년 공시 시작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원화 강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 본사는 지난해 5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2조6,994억원, 2017년 2조1,634억원에 달했던 국내 본사 영업이익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본사의 영업이익 적자가 지난 1974년 상장 이후 처음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1994년 공시 시작 이후 처음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43조1,601억원을 기록, 2017년(41조6,048억원) 대비 약 3.7%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액이 늘어난 만큼 매출원가도 크게 늘어 영업이익 적자가 발생했다. 매출원가는 지난해 36조4,034억원으로 전년(32조6,208억원) 대비 11.6%나 늘어났다. 현대차는 매출원가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R&D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총 R&D 비용은 2조7,42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국내 본사의 비용이 2조5,79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연구소가 국내에 있기 때문에 글로벌 전체 R&D 투자 대부분이 국내에서 집행된다”며 “지난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신기술 개발에 많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관련 비용을 현대차 국내 본사가 모두 떠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원화 강세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적자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1월 기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10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050원대까지 하락했다. 주요 수출 지역인 신흥국 시장 역시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실적이 더욱 악화됐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와 같은 영업적자 상황이 올해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해외법인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부문에서는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해외 판매에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R&D 비용 투입에 따른 차세대 신기술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며 “올해는 신형 쏘나타 판매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다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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