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매체 “상장지수펀드 승인” 거짓 보도… 뚜렷한 이유 없이 올라 투자자 당혹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시세가 2일 급등하며 작년 11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에 500만원을 넘어섰다. 암호화폐 시장이나 비트코인과 관련한 뚜렷한 호재가 없었음에도, 오랜만에 폭발한 가격 급등세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한 외국매체가 ‘미국 증권당국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만우절 가짜뉴스’를 퍼뜨린 덕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2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13.01% 오른 530만5,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오후 1시에만 해도 455만원에 거래되다, 2시간 만인 오후 3시쯤 555만원까지 오르더니, 한때 560만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무너진 500만원 선이 4개월 만에 회복된 것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16만8,100원, 3위 리플은 370원, 4위 이오스는 5,120원으로 전날보다 3~5%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알트코인 가격이 대장주 비트코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갑작스런 가격 상승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나왔다. 우선 미국ㆍ일본 대기업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이 호재가 됐다는 시나리오다. JP모건이 자체 암호화폐 ‘JPM 코인’을 발행하고, 라쿠텐의 암호화폐 거래소 진출 등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글로벌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시장 안정화와 확대에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증명방식’을 바꾼 게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더리움이 기존 ‘채굴식’에서 ‘지분’ 증명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에 암호화폐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증명방식으로 바꾸면 암호화폐를 보유한 지분율에 비례해 의사결정 권한을 준다. 기존처럼 채굴에 필요한 컴퓨터와 전기를 장악한 이들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이런 추측들도 정확한 급등 원인으론 부족했는지, 심지어 일각에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을 승인했다는 한 매체의 만우절 가짜 뉴스 때문에 이날 급등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파이낸스매그네이츠(financemagnates)는 지난 1일 ‘SEC가 폭탄을 떨어뜨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SEC가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와 투자회사 밴엑(VanEck)의 ETF 신청서를 승인했다”고 거짓 보도했다. 그런데 해당 뉴스 제목 앞에는 ‘April Fool’s!(만우절에!)’ 라는 표현이 붙어있어 실제 해당 가짜뉴스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가짜 뉴스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든지, 그 외 다른 이유 때문에 올랐다든지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