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가톨릭 사제들이 ‘신성 모독’을 명분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를 붙태우는 기행을 저질렀다. 폴란드 복음 단체인 ‘천국재단의 SMS’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소속 사제들이 해리포터 시리즈 등 서적 수십권을 그단스크시 성당에서 야외로 옮겨 불태운 뒤 기도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불 탄 책더미 사이에는 코끼리 조각상과 부족의 탈 등 ‘이교도적’ 상징물들도 눈에 띄었다.
이 단체는 성경 내용 중 마법과 우상숭배를 배척하는 구절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폴란드어로 “우리는 성경을 따른다”고 화형식의 이유를 정당화했다고 BBC 방송과 가디언이 보도했다. 함께 공개한 여러 장의 사진 중에는 어린이 두 명이 사제들을 도와 책을 분류하고, 불탄 책 앞에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 단체는 신약성경의 사도행전 중 ‘마술을 행하던 많은 사람이 그 책을 모아 모든 사람 앞에서 불사르니 그 책값을 계산한즉 은 오만이나 되더라’는 구절을 올렸다. 또 신명기 중 ‘그들의 신상을 불사르고 그것에 입힌 은이나 금을 탐내지 말며 취하지 말라. 네가 그로 인해 올무에 걸릴까 하노니 이는 네 하나님이 가증이 여기시는 것’이라는 구절도 올렸다.
이 단체가 페이스북에 올린 '서적 화형식' 관련 게시물에는 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해리포터라는 이름으로 강간 살인, 도둑질을 한 사람을 아직 만난 적이 없다”, 다른 네티즌은 “사진 속 아이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한 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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