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놓고 교육 당국과 서울 지역 자사고가 정면 대립하고 있다. 올해 평가를 받아야 할 자사고들이 집단 거부 입장을 고수하자 서울시교육청은 1일 평가 강행 방침을 밝혔다. 자사고는 5년마다 설립 목적에 따라 학교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받게 돼 있는데, 올해로 두 번째인 재평가 대상은 전국 43곳 중 24곳이고, 이 중 13곳이 서울에 있다. 자사고 재평가 문제가 ‘제2의 한유총 사태’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사고 재평가 논란은 올해 서울을 비롯해 10개 시ㆍ도교육청이 평가기준을 높인 데서 비롯됐다. 재지정 기준 점수가 과거보다 10점 많은 70점으로 높아졌고, 일부 평가지표의 배점이 조정됐다. 서울자사고연합회는 “이런 지표대로라면 기준 점수를 넘을 자사고가 거의 없다”며 평가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 점수는 2014년 자사고를 처음 평가했을 때 70점이었던 것을 박근혜 정부가 임의로 60점으로 낮춘 것이다. 당시 교육계에서 ‘자사고 봐주기’ 논란이 일자 문재인 정부가 이를 되돌렸을 뿐이다. 평가지표도 이전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고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육당국과 자사고의 갈등에는 근본적인 배경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고교다양화 정책’에 따라 급증한 자사고들은 교육의 다양성 추구라는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일반고 황폐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에 따라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하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교육계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진보 교육감들과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정책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순조로운 이행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자사고 평가를 밀어붙였을 경우 자사고의 반발이 거세질 우려가 크다. 자사고에 진학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자사고를 설득할 수 있는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5일로 정해진 자사고 서류 제출 기한에 구애받지 말고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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