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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전 인용했다는 새 연호, “중국 시문집 영향”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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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전 인용했다는 새 연호, “중국 시문집 영향” 의견도

입력
2019.04.02 17:17
수정
2019.04.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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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새 연호를 ‘레이와’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새 연호를 ‘레이와’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이 내달 1일부터 적용할 새 연호 ‘레이와(令和)’의 출전으로 언급한 만요슈(万葉集)의 해당 구절이 중국 고전의 영향을 받았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은 전날 새 연호를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인용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2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레이와를 따온 일본 최고(最古) 시가집 만요슈의 구절이 중국 시문집인 문선(文選)에 실린 구절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복수의 한문학자로부터 제기됐다. 전날 정부는 레이와를 만요슈에 실린 ‘매화의 노래’ 부분에서 인용했다고 밝혔다. 매화의 노래 32수(首) 중 ‘초춘영월 기숙풍화(初春令月 氣淑風和)’라는 구절에서 ‘레이(令)’와 ‘와(和)’ 두 글자를 따온 것이란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 문선에는 ‘중춘영월 시와기청(仲春令月 時和氣淸)’이란 구절이 나온다. 만요슈는 8세기 말경 만들어졌는데 문선은 이보다 앞선 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구절엔 영월(令月)이란 표현과 와(和)라는 글자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와타나베 요시히로(渡邊義浩)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문선의 해당 구절에 대해 “의미는 만요슈와 기본적으로 같다”면서 “문선은 일본인들이 많은 읽었던 중국 고전이며 이를 바탕으로 만요슈의 구절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모두 이를 읽었다”면서 “그리스ㆍ로마 고전을 유럽인이 자신들의 고전이라고 하는 것처럼 넓은 의미에서 일본의 고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레이와가 인용된 만요슈의 서문은 중국의 유명한 문장에 기반해 작성됐다는 게 연구자들 사이에선 정설”이라고 보도했다.

새 연호의 출전인 만요슈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출판사인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은 연호가 인용된 ‘매화의 노래’가 실린 만요슈(2)의 재발간을 결정했고, 가도카와(角川) 출판사는 현대어로 해설된 ‘신판 만요슈’ 등의 8,000부 증쇄를 결정했다. 도쿄(東京) 등 유명 서점에서도 새 연호의 출전임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하는 ‘연호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편, 외무성은 내달 1일 개원(改元ㆍ연호가 바뀜)을 계기로 공문서의 날짜를 서력(西曆)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외국 정부를 상대하는 일이 많은 외무성에선 문서 작성시 서력과 원호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결재문서 표지엔 원호를 쓰지만 문서 작성일엔 서력을 쓰는 식으로 혼용돼 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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