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KT&G 주총서 백복인 사장, 외국 주주 몰표로 2대주주 기업은행 반대 불구 연임
국내 자본시장에는 토종 의결권 자문사뿐 만 아니라,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ISS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중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로, 국내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ISS의 입만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ISS는 미국계 사모펀드 베스타 캐피털 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 1,900여 곳을 대상으로 기업 지배구조 등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자문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13개국에 18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는 상설 사무소가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최대 기관투자자인 ‘블랙록’이 지분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의 주총에서 찬성한 안건 가운데 87.9%가 ISS가 찬성 의견을 낸 것이고, 반대한 안건 중 69.2%가 ISS가 반대한 의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 정도의 기관투자자가 상당 부분 ISS의 판단과 의견을 같이한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시장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ISS의 영향력은 막강할 수 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통상 ‘글로벌 전략’을 펴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국내 기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다. 특히 언어의 장벽이 높아, 국내 기업의 주총 안건에 대해 영어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ISS 등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뿐이다.
실제 지난해 3월 KT&G 주총에서 백복인 사장은 2대주주인 IBK기업은행(6.93%)의 반대에도 연임했다. 외국계 주주(53.18%) 대부분이 ISS의 자문을 받아들여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 주총에서도 ISS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ISS가 하나금융지주 주총을 앞두고 김정태 회장의 3번째 연임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김 회장은 외국인 주주(74%)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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