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으며 몸무게가 20㎏에 불과한 일본 여성이 태아와 함께 사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제왕절개로 출산, 아기를 건강하게 기르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나고야(名古屋)시에 거주하는 데라시마 지에코(寺嶋千惠子ㆍ32).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인 그는 척추가 휜 지체부자유자로 24시간 도우미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동 시엔 휠체어가 필수다.
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에코는 지난해 4월 나고야 제2적십자병원 신경내과 주치의에게 임신을 털어놓았다. 이전부터 임신을 피하라고 조언한 주치의는 “출산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신할 경우 뱃속 태아가 횡경막을 압박하면서 호흡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에서도 “산모와 태아 모두 사망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에코와 같은 중증 SMA 환자의 출산사례도 일본에선 없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이 가져올 영향은 그뿐이 아니었다. 임신으로 호흡상태가 악화하면 목숨을 유지해도 기관지를 절개,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 수도 있다.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렵사리 출산에 이르더라도 아이에게 조산으로 인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 산부인과에선 임신 10주째가 되는 4월말까지 중절 여부를 결단하라고 했다.
결정 시한은 다가왔다. 지에코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의사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결정의 순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건 그날 어머니에게 받은 메일이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서 새 생명을 키워나가는 건 자연스런 일이고 행복이야. 네가 그걸 꿈 꾸는 건 당연한 일이야. 튼튼한 몸으로 낳아주지 못한 게 한스럽구나”라는 내용이었다. 그의 부모는 처음엔 출산을 만류했다. 목소리를 잃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딸의 뜻을 이해하고 응원군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첫 관문은 임신 15~16주째였다. 자궁 확장으로 지에코의 호흡상태가 우려되는 시기였지만, 17주째까지 태아는 지에코의 좁은 뱃속에서 순조롭게 자랐다. 그러나 21주째부터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고 호흡이 힘들어졌다. 22주째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오더라도 생존확률이 50%인 시기에 도달했다. 병원 측은 아기의 후유증을 고려해 26주까지 버티길 바라면서 “하루 더 버티면 아기의 생존율이 3%씩 올라간다”고 격려했다. 25주째 자궁 팽창이 한계에 근접하면서 27주째인 8월 27일을 제왕절개일로 잡았다. 생존확률이 90% 이상이고 아기에게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해서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체중 776g, 신장 32.5㎝인 남자아기가 태어났다. 지난해 12월 퇴원 시엔 체중이 3.3㎏까지 늘었다. 생후 7개월인 현재 체중은 6.2㎏까지 불었다. 후유증도 없고 아빠,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 귀여운 아들로 자라고 있다.
지에코 가족은 지난 3월 집 근처 벚꽃 구경을 다녀오는 등 여느 가족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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