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밀도 높아 수납ㆍ정리 필요 
 대지진으로 소유 개념 달라져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인테리어 코너에 수납ㆍ정리와 관련한 일본 책들이 놓여 있다.

집 대청소를 앞두고 주부 김민혜(32)씨는 최근 서점부터 들렀다. 집 정리법을 알려 주는 책을 고르기 위해서다. 인테리어 베스트셀러를 모아 둔 코너에는 일본 저자들이 쓴 책들이 쌓여 있었다. 김씨도 그 중 한 권을 골랐다. 그는 “간단하고 따라하기 쉬워 보이는 책이었다. 양말 개는 법부터 부엌 후드 청소하는 법까지 나와 있다”고 했다.

봄맞이 집안 정리가 한창이 요즘 서점가에선 인테리어를 다룬 도서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 특히 일본 저자들이 쓴 수납ㆍ정리 분야 책이 큰 인기다. 2일 교보문고가 올해 1~3월 온ㆍ오프라인 인테리어(수납) 분야 도서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곤도 마리에 지음), ‘청소해부도감’(일본하우스클리닝협회 지음), ‘1일 1분 정리법’(고마츠 야스시 지음), ‘1일 1개 버리기’(미쉘 지음) 등 2~5위까지가 모두 일본 작가들이 쓴 책이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살림 및 정리수납’ 분야에서도 판매량 5위권 내 3권이 일본 저자의 책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1~3월)보다 올해 수납(정리) 분야 책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났다”며 “’1일 1버리기’, ‘1일 1정리’ 등을 앞세운 일상에서 따라 하기 쉬운 책이 인기”라고 전했다.

올해 초 방영한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서 곤도 마리에(왼쪽에서 세 번째)가 미국의 한 가정을 방문해 정리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일본에서 관련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일본이 그 만큼 정리 강국이라는 얘기다. 왜일까.우선 인구밀도가 높은 영향이 크다. 일본 인구는 1억2 ,685만명, 도쿄 인구만 해도 1,300만명이 넘는다. 1㎢안에 6,000명 이상이 사는 셈이다. 때문에 일찌감치 수납, 정리 열풍이 불었다. “설레지 않는 물건은 무조건 버리라”는 모토로 세계적 정리 열풍을 일으킨 일본인 곤도 마리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렸을 적 다섯 식구가 좁은 방에서 다닥다닥 붙어 잤고, 집에는 작은 가구와 최소한의 물품만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인의 소유 개념이 바뀐 것도 큰 이유다. 일본인들은 지진으로 쏟아져 내린 물건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가 되는 걸 목격하고 “이렇게 많은 물건 더미 속에 살아야 하나”라고 반성했다. 이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고 간소한 삶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단샤리(斷捨離)’, 간소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뜻하는 ‘와비사비(侘寂)’ 등이 트렌드로 떴다. 비우고 정돈하면 마음이 정돈되고 삶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미니멀 라이프’ 열풍으로 이어졌다.

봄을 맞아 집안 정리를 하는 가구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저자들이 쓴 수납ㆍ정리 책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니멀 라이프’ 열풍이 한국에 상륙한 지 오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버리기 인증’, ‘1일 1개 버리기 운동’ 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윤선현 베리굿컨설팅 대표는 “대지진을 겪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주52시간 정착, 재택 근무 확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면서 ‘미니멀 라이프’가 각광 받고 있다”고며 “미국이나 북유럽처럼 한국도 소유 중심의 소비에서 경험 중심의 소비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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