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여성비행사이며 독립운동가 권기옥(1901~1988)지사가 저항시인 심훈(1901~1936) 선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만장(輓章)이 충남 당진시 송악읍 심훈기념관에서 발견됐다.
2일 당진시에 따르면 심훈기념관은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 소장자료를 연구하던 중 심훈 추모시를 발견했다.
심훈기념관은 권기옥 지사가 양자로 들인 외조카 등 후손에게 시의 필체가 권 지사의 것으로 확인했다.
A5용지보다 약간 큰 공책을 뜯어내어 쓴 ‘哭小說家沈先生大燮靈座(곡소설가심선생대섭영좌)’란 제목의 추모시는 칠언절구의 한시에 초서로 돼 있다. 기념관측은 심훈선생 문상을 온 권지사가 애통한 마음에 영전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념관측은 심훈선생과 권기옥 지사와의 관계를 알려주는 직접적인 자료가 없었으나 추모시 발견으로 권 지사와 심훈선생이 생전에 가까운 사이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지사는 심훈선생에 대해 어지럽고 속된 세계를 걷지 않은 인물로 표현했다. 시의 말미에 ‘權其玉 狂生 挽’ 이라고 써 자신을 ‘狂生(광생)’이란 단어로 낮추고 심훈선생을 높였다.
만장은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처럼 만든 것으로 생전에 고인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이 써서 바치는 글이다.
장승률 당진시청 학예연구사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심훈 선생과 권기옥 지사의 인연은 중국 상해 임시정부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심훈 선생의 상해 시절 임시정부와의 관계 등이 연구돼 선생의 더 많은 업적이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기옥 지사는 숭의여학교에 결성된 비밀결사대인 송죽회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임시정부의 추천을 받아 1923년 4월 운남육군항공학교 제1기생으로 입학해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활동했다.
당진=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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