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여름을 나는 철새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흑비둘기가 겨울에는 일본 북서부 섬에 머무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내기술로 개발된 휴대전화 기반 위치추적기(WT300) 추적조사를 통해 울릉도 흑비둘기가 일본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흑비둘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지정한 적색목록 준위협 단계의 국제 보호종이다. 몸길이는 약 40㎝로 우리나라 비둘기류 가운데 가장 크다. 해외에서는 일본, 러시아 동부,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남해안 섬에서는 연중 관찰되고 울릉도에는 여름철새로 찾아온다. 울릉도는 국내 흑비둘기 최대 서식지로 번식기인 3∼8월 500여개체가 나타났다가 겨울에는 전혀 관찰되지 않아 그동안 월동 지역 정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울릉도에 사는 흑비둘기 1마리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겨울철 이동 정보를 추적했다. 이 흑비둘기는 2017년 9월 20일 울릉도를 출발해 직선거리로 약 278㎞ 떨어진 일본 북서쪽 시마네현 오키노시마 섬에 같은 날 도착했다. 오키노시마와 인근 니시노시마에서 208일을 보낸 이 흑비둘기는 니시노시마에서 2018년 4월 16일 출발해 같은 날 울릉도로 돌아왔다. 이번 조사에 사용된 위치추적기는 비용이 기존 인공위성 추적 기술의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무게도 27g으로 가벼워 앞으로 관련 연구에 널리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흑비둘기의 이번 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 논문을 미국에서 발간하는 관련 과학잡지 ‘퍼시픽 사이언스’ 4월호에 게재할 예정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국내 정보통신기술과 생태조사를 융합해 국제적인 보호종 생태를 규명했다”며 “이 기술이 앞으로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이해하기 위한 첨단 조사방법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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