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사고 후 조수석에 탄 친구를 구하지 않은 채 잠적했던 30대가 하루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음주 운전이 적발될까 봐 현장을 벗어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고 당시 조수석에 탄 친구는 불에 타 숨졌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추돌사고 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차량) 위반 등의 혐의로 A(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 20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마평교차로 이동면 방면 도로에서 모닝 승용차를 몰다 주차돼 있던 6.5톤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하지만 A씨는 조수석에 앉아 있던 B(30)씨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도주,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처음부터 도주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이 차량에 부착된 블랙박스 확인결과 추돌사고가 나자 A씨는 다른 운전자들에게 신고를 부탁한 뒤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B씨를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불이 커지자 구호를 포기하고 종적을 감춰버린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수석에 탄 채 숨진 B씨를 발견했다.
경찰조사결과 사고 차량은 B씨 소유였으며, 둘이서 함께 술을 마시고 2차를 가는 과정에서 운전이 미숙한 B씨 대신 A씨가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언론 등을 통해 B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A씨는 다음날인 1일 오후 자신의 주소지인 경기 구리경찰에서 자수했다.
A씨와 숨진 B씨는 십년지기이자 같은 회사 직장동료·룸메이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둘이서 술 2병 시켜 나는 3잔을 마셨다”며 “B씨를 차에 태우고 평택 지역의 다른 술집으로 가던 중 핸들이 꺾여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고 후 음주 사실이 적발될까 봐 두려워서 현장을 벗어났다”며 “언론 보도로 친구가 숨진 소식을 접하고 죄책감에 자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음주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관련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이날(2일) 오후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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