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빚 1,319만원
지난해 나라 빚(국가부채)이 100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1,700조원에 성큼 다가섰다.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부채 부담이 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연금충당부채, 공공기관 부채 등을 제외한 중앙 및 지방정부 빚(국가채무)도 7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이 국무회의에서 심의ㆍ의결됐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이었다. 전년(1,555조8,000억원)보다 126조9,000억원(8.2%)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가부채 1,500조원을 넘어선 우리나라는 다시 1년 만에 부채 1,600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1,7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가부채를 끌어올린 것은 가공할만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였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939조9,000억원이었다. 작년 1년 동안에만 94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공무원연금 충당부채가 753조9,000억원, 군인연금 충당부채가 186조원이었다. 2015년 전년 대비 2.5% 증가한 연금충당부채는 2016년 14%에 이어 2017년 12.4%, 작년 11.1% 등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폭증, 나라 빚을 크게 불리고 있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에 지급할 연금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돈으로, 당장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해질 경우 결국 세금을 투입해 메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5년 임기 동안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연금충당부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결산일 기준 재직자와 연금 수급자에게 장기적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국채수익률의 최근 10년 평균치를 할인율로 적용해 계산하며 이러한 재무적 요인에 따라 충당부채 추정액이 큰 폭으로 변동한다. 할인율이 떨어질수록 연금충당부채는 늘어난다. 실제 정부는 최근 낮은 금리 수준으로 할인율이 3%대로 떨어져 연금충당부채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전 5%대를 기록했던 국채수익률이 최근 1%대로 떨어지면서 할인율이 급속히 낮아져 충당부채 증가로 연결됐다는 얘기다. 국채금리 하향 추세가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충당부채 증가율이 10%대를 유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승철 기힉재정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할인율이 0.1%포인트 떨어지면 연금충당부채는 20조원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꼭 갚아야 할 돈만 집계한 국가채무도 지난해 680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조5,000억원이 늘었다. 국민 1인당 1,319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다만 증가폭은 2008년(9조8,000억원)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과 동일한 38.2%를 기록했다. 이 차관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국가채무가 9.3%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8.0%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국제적으로 양호하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감한 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수치)는 지난해 10조6,000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전년보다 7조9,000억원이 줄었다. 이는 세수 호황 덕분이다. 지난해 총세입은 385조원으로 전년 대비 25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세출은 21조6,000억원이 늘어난 36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제외한 결산상잉여금은 16조4,000억원, 여기에 올해로 넘어온 이월금을 뺀 세계잉여금은 13조2,000억원이었다. 이로써 세계잉여금은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정부가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가 자산은 61조2,000억원이 증가한 총 2,12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부채 증가 폭(126조7,000억원)이 더 큰 탓에 순자산(자산-부채)은 65조7,000억원이 감소한 441조원으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심의ㆍ의결된 결산보고서를 감사원의 결산 검사를 거쳐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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