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정권, 과이도 체포 위한 사전정지 작업 나선 듯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온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의 면책 특권 박탈을 제헌의회에 요청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친정부 성향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 국회의장 체포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AFPㆍ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은 “과이도 의장이 대법원의 출국금지 조치를 위반했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과이도에게 부여된 면책권 박탈을 제헌의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모레노 대법원장은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다.
외신들은 이번 요청과 관련, 마두로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과이도 의장 기소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제헌의회가 대법원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출범한 제헌의회는 54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마두로 대통령 권력 강화를 위해 무소불위 친위 기구를 세운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과이도 의장은 1월 23일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반정부 운동을 벌여 왔고, 마두로 정권은 과이도 의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말 과이도 의장을 상대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검찰도 그가 폭력 선동 등 헌법 위반 범죄를 저질렀다며 수사를 개시했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은 지난 2월 말 인도주의 원조물품 반입을 위해 콜롬비아로 넘어간 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 여러 나라를 순방한 뒤 지난달 초에 귀국했다.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 체포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미국의 경고를 의식한 듯 실제로 체포에 나서진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12일 대규모 정전 사태의 배후로 미국과 과이도 의장을 지목, 전력 시설 고의적 파괴행위(사보타주) 관련 혐의로 과이도 의장을 타깃으로 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보 당국은 지난달 21일 과이도 의장 비서실장이자 핵심 측근인 로베르토 마레로를 반정부 테러 계획 가담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또, 감사원은 같은 달 28일, ‘회계 기록 부정’을 이유로 들어 과이도 의장에 대해 15년간 선출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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