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A마트. 마른 미역과 대파, 커피믹스를 한 상자 구매한 손님이 “봉투 값을 낼 테니 비닐봉투(1회용)를 달라”고 하자 직원은 고개를 저었다. 이 손님이 “집이 멀지 않은데 들고 가기 불편해서 그런다”고 재차 요청했지만, 직원은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마치고 이날부터 본격 시행됐다. 전국 대형마트와 매장 크기 165㎡(50평) 이상의 슈퍼마켓, 백화점, 복합상점가(쇼핑몰) 등은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종량제 봉투나 종이봉투, 장바구니를 사용해야 한다. 1회용 비닐봉투는 무상뿐 아니라 유상 제공도 금지된다. 이를 어기는 매장에는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최소 3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가 주무 부처지만 실제 단속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청과 관할 구청, 시민단체 쓰레기함께줄이기시민운동본부가 3주 간 합동 단속에 나선다.
환경 오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 됐고 정부도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펴면서 종량제 봉투와 장바구니 사용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대형마트들은 수년 전부터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통해 자체적으로 비닐봉투 감량을 추진해왔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관계자는 “1회용 봉투는 아예 제공하지 않고 있고, 속비닐(롤비닐)도 꼭 필요한 신선식품 코너에만 비치하고 있다. 단속이 시작했다고 해서 이전과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른바 ‘동네 마트’라 불리는 중소형 슈퍼마켓, 식자재 마트 중 일부를 규정의 사각지대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매장이 전국에 1만1,000개 정도 있는데, 손님이 원하면 무심코 1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하는 모습이 계도기간 종종 목격됐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속비닐 사용 범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혼란스런 모습이다. 규정상 수분이 있는 두부, 생선, 고기나 흙 묻은 채소, 상온에서 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등을 제외한 제품은 속비닐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속비닐 사용이 금지된 바나나 같은 과일 또는 2, 3가지 소량의 일반 제품을 속비닐에 담는데 익숙한 고객들이 여전히 있다. 속비닐 사용을 저지하는 직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손님도 있었다. 다만 고객이 직원의 저지를 뚫고 강제로 속비닐에 물건을 넣어 나가는 경우엔 매장이 적극 제공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과태료를 물지는 않는다.
손님과 감정 싸움을 피하기 위해 속비닐을 아예 비치해놓지 않는 매장도 있다. 서울 은평구 ㅌ마트에는 ‘속비닐이 필요하면 직원에게 문의하세요’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직원들은 고객이 속비닐에 담을 수 있는 물건을 사려고 할 때만 속비닐을 제공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속과 함께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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