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ㆍ외식업체 “아듀 헤이세이” 특판 봇물… “현금카드 바꿔야” 사기도 기승
1일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발표된 일본에선 ‘개원(改元ㆍ연호가 바뀜) 특수’를 노리는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여행ㆍ유통업계 등은 새 연호를 기념하는 동시에 이달 막을 내리는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추억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연호를 새긴 도장과 연호가 적힌 달력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일부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예약주문을 받는 등 대비를 해왔으나, 최근 주문 쇄도로 다음달 1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즉위 전까지 납품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고무도장을 제조ㆍ판매하는 니혼호레이는 지난해 여름부터 새 연호를 새겨 넣은 도장에 대한 예약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새로 발매되는 도장에는 문서에 쓰여진 기존 연호를 정정하는 이중선 표시 위에 새 연호를 동시에 새길 예정이다. 새 연호 발표를 앞둔 2월말부터 주문이 급증하면서 지난달 말 총 3만개 이상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새 연호가 사용되는 내달 1일까지 납품 기한을 맞추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에 회사 측은 4월에 수주하는 분량에 대해선 5월 이후 납품을 검토하고 있다. 당장 이날 새 연호 발표 직후부터 생산에 돌입할 채비를 갖췄으나, 단기간에 예상 외로 급증한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달력 업체들도 이날부터 새 연호를 포함해 인쇄에 들어갔다. 트라이엑스사는 이미 새 연호가 들어갈 부분만 공백으로 남겨둔 채 달력을 완성해 둔 상태다. 새 연호 부분을 인쇄한 뒤 6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관공서나 은행, 일반기업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IT시대에 연호가 바뀌는 것이 처음인지라 각 기관마다 컴퓨터의 데이터 변경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연호가 바뀌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과 외식업계에서는 헤이세이의 마지막 날과 레이와의 첫날을 기념하는 마케팅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니혼여행은 헤이세이 마지막 날인 이달 30일 출발해 레이와 시대 첫날인 내달 1일 돌아오는 오사카(大阪)와 규슈(九州)를 왕복하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레이와 시대 첫날 크루즈선을 타고 도쿄만 일출을 보러 가는 상품도 판매 중이다. 호텔체인인 프린스호텔은 전국 지점에서 이달 30일 밤부터 내달 1일 새벽까지 결혼식을 진행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레이와를 새긴 키홀더나 주석잔 등 ‘신 연호 굿즈’도 이날 당일 출시됐다.
현재의 연호와 같은 한자를 사용하는 기후(岐阜)현 세키(關)시 헤나리(平成)지역과 구마모토(熊元)현 JR헤이세이역에는 저무는 헤이세이 시대를 추억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헤나리 지역의 올해 2~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50% 증가했다.
개원을 틈탄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쿄(東京)신문에 따르면 은행 직원을 사칭해 “연호가 바뀌어 현금카드를 바꿔야 한다”며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받아간 뒤 현금을 빼가는 전화사기 사건이 도쿄 등 일본 수도권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고령자들에게 전화해 “은행 방문이 어려우니 직원이 방문할 것”이라며 접근하는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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