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성분 명칭만 달라”
식약처, 15일 세포 조사 결과 발표
세계 첫 세포유전자치료제로 관심을 모았던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판매 중단에 그치지 않고 허가 취소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어 허가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사 결과에 따라 허가 취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발 초기부터 상용화까지 모두 같은 성분을 사용했는데, 분석 기술의 발달로 해당 성분의 명칭이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히 성분 명칭만 다른 건지, 개발이나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는 식약처의 조사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인보사는 사람연골세포와 사람연골세포를 변형한(형질전환) 세포를 3대 1 비율로 섞어 만든다. 형질전환세포는 연골 재생을 돕는 물질(TGF-β1)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사람연골세포에 삽입한 것으로, 삽입 과정에 신장세포(293세포)가 대량생산한 바이러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보사 제조용 사람연골세포와 형질전환세포는 코오롱의 세포은행에 저장돼 있고, 코오롱은 은행에서 배양한 사람연골세포와 형질전환세포를 미국 기업 바이오릴라이언스와 중국 기업 우시앰텍에 보내 각각 미국 임상시험용, 국내 판매용 인보사를 생산한다. 우시앰텍의 인보사 생산 공장은 미국에 있다.
코오롱이 이름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는 성분은 형질전환세포다. 코오롱은 형질전환세포가 사람연골세포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인보사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다. 2003년 세포은행을 만들어 2004년 형질전환세포를 분석한 결과 사람연골세포의 특성만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시험 중 바이오릴라이언스가 생산한 인보사를 코오롱이 최신 기술(STR)로 재분석해보니 형질전환세포가 사람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은 이 사실을 지난달 22일 식약처에 보고했고, 식약처는 31일 코오롱에 인보사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형질전환세포의 유래를 기술 발달로 명확히 알게 된 것”이라며 “허가 전 STR 검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한국에도 미국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국내 판매된 인보사에 쓰인 형질전환세포를 조사해 오는 15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과 달리 사람연골세포가 맞다면 파장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처럼 신장세포라는 결과가 나오면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사람연골세포여야 할 형질전환세포가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신장세포로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려면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사업담당 상무는 “형질전환 도중 분리∙정제 과정이 미흡해 293세포 일부가 형질전환세포에 혼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외국 업체의 생산 공정이나 세포은행의 배양 과정 중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 변경, 행정처분, 최악의 경우 허가 취소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임상시험을 다시 해야 할 가능성마저 업계에서 언급되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바이오업계와 환자들에게 사죄드린다”며 “막 성장을 시작한 국내 바이오산업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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