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구청 강당 안전교육 외부 강사 무리수 “이래도 되나”
대구 서구청이 초청한 외부강사가 환경미화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던 중 여성미화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서구청 환경청소과 공무원도 이날 교육에 참석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서구청은 지난달 27일 오후 2시 구청 강당에서 환경미화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외부강사를 초청해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교육에서 50대의 남성 강사는 “심폐소생술 전 윗옷을 벗겨 젖꼭지 위치를 확인한 후 심장을 압박해야 한다”며 여성 환경미화원에게 “시범을 보일테니 나와보세요”라고 말했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여성미화원 2명이 얼굴을 붉혔지만 강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민응급처치교육센터에서 나왔다는 강사의 의학지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사는 상의 탈의 후 심폐소생술을 하도록 강연했으나 맨손으로 심장을 압박할 때는 탈의 보다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의식을 잃은 환자의 옷을 벗기는데 시간을 보내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며 “두꺼운 옷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빠른 시간 안에 흉부를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쓸 때는 윗옷을 벗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강사는 또 전직 대통령과 현직 여성 국회의원이 시술받았다는 특정 미용주사를 거론하면서 “시술을 원하면 시술을 해주는 병원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ᆞ알선ᆞ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환자유인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27조 3항에 저촉될 소지도 다분하다.
1시간 가량의 강의를 마무리할 무렵에는 건강식품도 판매했다. 그는 심혈관 질환 사망에 대한 이야기 후 “심혈관 질환에 좋은 제품을 특별히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 하겠다”고 영업에 나섰다.
강사가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것도 식품위생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ᆞ효과가 있거나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ᆞ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식품위생법 13조에는 규정하고 있지만 이날 이 제품을 치료제로 혼동하는 환경미화원도 많았다.
그런데도 서구청 공무원은 건강식품 판매를 저지하기는커녕 “건강식품은 서구청과 관련이 없다”면서 책임 회피성 발언만 늘어놓고 있다.
이날 안전교육에 참석한 서구청 한 환경미화원은 “이날 교육은 노인들이 휴지나 라면을 받고 체험하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장 분위기였다”며 “나이 많은 미화원들은 ‘돈만 있으면 사겠다’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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