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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BTS 공연보다 우승이 더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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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BTS 공연보다 우승이 더 좋더라고요"

입력
2019.04.02 0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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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절 겪다 정상에 오르니 이렇게 우승이 좋은 줄 몰랐다” 

 챔프전 앞두고 BTS 공연 예매… 6일 어머니와 방콕 떠나 

여자농구 KB스타즈의 통합 우승 주역 박지수가 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여자농구 KB스타즈의 통합 우승 주역 박지수가 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올해 여자프로농구를 접수한 청주 KB스타즈의 ‘국보 센터’ 박지수(21ㆍ193㎝)는 익히 알려진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열혈 팬이다. 팀 사상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한 지난달 25일 KB스타즈 주장 강아정(30)은 만장일치로 통합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박지수를 두고 “BTS 콘서트를 보러 가려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박지수는 ‘우승이 좋은가, 콘서트 예매에 성공할 때가 좋은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2016년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을 만끽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본보와 만난 박지수에게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을 던졌다. ‘우승과 BTS 콘서트 VIP석 티켓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무엇을 고를 건지’라는 질문에 박지수는 “그래도 우승이죠”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박지수는 “BTS 공연은 콘서트를 못 보더라도 언제든 영상으로 볼 수 있지만 우승은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며 “프로에 와서 많은 좌절을 겪고 난 뒤 정상에 오르니까 이렇게 우승이 좋은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ㆍ고교 시절엔 내가 뛰는 팀이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 생각하니까 관중도 경기 전에 다 빠져나가고, 부모님도 관심을 덜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사실 박지수는 용인 삼성생명과 챔프전을 앞두고 오는 7~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BTS 콘서트 예매에 성공했다. 시리즈를 가급적 일찍 끝내야만 차질 없이 콘서트를 보러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3경기 만에 끝나 우승 관련 행사를 모두 소화하고 6일 어머니와 함께 방콕으로 떠나게 됐다. 박지수는 “올해처럼 미리 티켓을 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괜히 빨리 끝내야겠다는 조급함이 생겨 함부로 예매를 못하겠다”고 웃었다.

박지수가 농구공에 사인한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지수가 농구공에 사인한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BTS 얘기를 할 때면 영락 없는 ‘소녀 팬’이지만 농구공을 잡을 때는 ‘코트의 여왕’으로 돌변한다. 지난해 여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경험을 쌓고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데뷔 3년차에 ‘우리은행 왕조’를 무너뜨리고 천하를 호령했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3.1점 11.1리바운드로 골 밑을 든든히 지켰던 그는 챔프전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변신해 평균 25점 12리바운드의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박지수는 “챔프전에 직행한 것이 처음이라 기다리는 동안 불안했다”며 “우리는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인데, 발목이 안 좋은 (강)아정 언니가 재활을 위해 일본에 다녀오는 등 5명이 함께 운동한 게 며칠 안 됐다. 챔프전 상대인 삼성생명과 맞대결 때 내가 부진했던 것도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본 뒤 소극적인 경기 모습을 반성하며 적극적인 자리 싸움으로 골 밑에서 공격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1층 로비에 전시된 우승 트로피 옆에 선 박지수. 서재훈 기자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1층 로비에 전시된 우승 트로피 옆에 선 박지수. 서재훈 기자

지난해 쉴 틈도 없이 WNBA에서 뛰느라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박지수는 이번 여름에도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와 4년 계약이 된 그는 “작년에 들쭉날쭉했는데 두 번째 시즌엔 안정적이고, 기죽지 않고, 자신 있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KB스타즈 동료들도 박지수가 라스베이거스에 머물고 있을 시기인 5월에 현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동료들이 미국에 가는 이유는 ‘우승 여행’이다.

WNBA 트레이닝 캠프 기간 한창 몸을 만들 때라 박지수는 “절대 미국으로는 오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선수들은 미국행에 무게를 실었다. 박지수는 “동료들은 미국에 놀러 오지만 난 시즌을 준비할 때”라면서 “굳이 날 보러 오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게 든든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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