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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베트남 여성도 곧 석방…사건은 결국 영구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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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베트남 여성도 곧 석방…사건은 결국 영구미제로

입력
2019.04.01 16:4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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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오른쪽)이 1일 말레이시아 샤 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샤 알람(말레이시아)=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오른쪽)이 1일 말레이시아 샤 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후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밝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샤 알람(말레이시아)=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베트남 여성이 다음 달 초 석방된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당초 적용했던 살인 대신 상해 혐의를 적용한 결과다. 사건 발생 25개월 만으로, 맹독 신경작용제 VX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법원은 이날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에 대해 상해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이날 흐엉에 대해 살인 혐의 대신 위험한 무기 등을 이용한 상해 혐의로 공소를 변경했고, 흐엉이 즉각 이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현지 법령상 살인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는 반면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에 처한다. 흐엉의 변호인은 “말레이시아에서는 통상적으로 감형이 이뤄진다”며 “흐엉은 오는 5월 첫째 주에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함께 2017년 2월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흐엉은 판결 직후 “행복하다”며 “말레이시아 정부와 베트남 정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의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11일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는 석방된 반면, 이어 14일 열린 재판에서 자국민 흐엉의 석방이 불발하자 주베트남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등 강력 반발한 바 있다. 레 꾸이 꾸인 주말레이시아 베트남 대사도 흐엉이 곧 석방된다는 소식에 말레이시아 정부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힌 뒤 “인도네시아 여성처럼 흐엉도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흐엉에 대한 공소를 변경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들이 북한으로 도주한 상황에서 사건에 이용된 여성들이 재판을 받아오다 모두 석방되게 됨에 따라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에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아무도 없게 됐다.

2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에서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 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에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을 근거로 ‘훈련된 암살자’라고 반박해 해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이 지난달 11일 갑작스레 입장을 전환,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면서도 흐엉에 대해선 취소하지 않고 끝까지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베트남 정부가 거세게 반발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 시티가 석방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 끝에 시티를 석방할 수 있었다고 밝혔고, 팜 빈 민 베트남 외무장관은 같은 달 12일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공정한 재판과 흐엉의 석방을 요구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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