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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일왕 연호는 ‘레이와’… 日 고전 첫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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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 일왕 연호는 ‘레이와’… 日 고전 첫 인용

입력
2019.04.01 16:02
수정
2019.04.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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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아키히토 일왕 퇴임 한 달을 앞둔 1일 새 연호로 결정된 ‘레이와’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아키히토 일왕 퇴임 한 달을 앞둔 1일 새 연호로 결정된 ‘레이와’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는 내달 1일부터 사용될 일본의 연호가 ‘레이와(令和)’로 결정됐다.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에서 따온 것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을 출전으로 한 연호는 이번이 처음이다. 1989년 1월 8일 시작된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헤이세이(平成) 시대는 이달 30일 그의 퇴위와 함께 30년 4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관방장관은 1일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현재 연호인 헤이세이 뒤를 이을 새 연호로 ‘레이와’를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레이와는 7~8세기의 일본 시 4,500여편이 담겨 있는 만요슈의 ‘매화의 노래’ 부분에서 인용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연호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레이와에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맞대어 문화가 태어나 자라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추운 겨울 이후 봄에 보기 좋게 피는 매화처럼 개개인의 일본인이 내일에 대한 희망과 함께 각자의 꽃을 크게 피울 수 있는, 그러한 일본이 되길 바란다는 소원을 담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에는 젊은이들이 각자의 꿈과 희망을 향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며 “희망으로 가득 찬 일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고전을 인용한 배경에 대해 “만요슈는 일왕, 왕족, 귀족뿐 아니라 농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읊었던 노래가 담겨 있다”며 “일본의 풍요로운 국민문화와 오랜 전통을 상징하는 국서”라고 설명했다. 레이와의 첫 번째 글자인 ‘레이(令)’는 일본 연호에서 처음 사용됐다. 두 번째 글자인 와(和)는 20번째로, 헤이세이 직전인 쇼와(昭和ㆍ1926~1989) 등에 사용된 바 있다.

일본의 연호는 645년 제36대 고토쿠(孝德) 일왕의 다이카(大化) 개신 때 중국의 연호제를 받아들인 후 이날 레이와가 248번째다. 출전을 밝히기 시작한 10세기부터 헤이세이까지 ‘사서오경’ 등 중국 고전을 인용해 왔다. 이번 선정 과정에선 아베 총리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중심으로 일본 고전을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중국 고전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연호는 2차 세계대전 전인 쇼와까지는 일왕이 스스로 정했으나 1979년 연호법 제정 이후 내각 각료회의에서 결정한다.

과거 일본에선 중국처럼 한 명의 일왕이 여러 개의 연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나라에 경사나 천재지변 등이 발생할 경우 연호를 바꾸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한 명의 일왕이 하나의 연호를 사용하는 일세일원(一世一元) 원칙이 자리잡았다.

일각에선 “일세일원 원칙에 따라 새 연호는 새 일왕 즉위 이후 발표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생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새 일왕 즉위 한 달 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연호가 남아 있는 일본에선 각종 공문서와 은행, 부동산 계약서 작성 시 서력(西曆)보다 연호를 선호,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연호가 일왕을 절대권력의 정점에 세우기 위해 도입한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날 발표된 레이와도 ‘평화를 명령한다’라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베 내각의 국수주의 성향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일본문학자와 한문학자, 일본사학자, 동양사학사들의 추천을 받아 새 연호 후보로 6개를 추렸다. 아베 총리의 성에 포함된 ‘안(安)’이 포함된 연호가 선정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이 추천한 6개의 후보에는 ‘안’이 포함된 연호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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