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해자와 피해자. 어떤 일(사건)이든 이들이 한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맞댄다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양민학살이란 끔직한 기억에, 사실과 평가까지 덧씌워진 사건이라면 더 그럴 터.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5ㆍ18민주화운동 가해자와 피해자가 해낸다. 1980년 5월 계엄군으로, 무고한 시민으로 광주에 있었던 그들이 ‘그날의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마주한다. 5ㆍ18기념재단 등이 12,13일 5ㆍ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기로 한 ‘2019 광주평화기행워크숍’에서다. 이 자리엔 5ㆍ18 당시 주남마을 학살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홍금숙(54)씨와 주남마을에 주둔했던 김찬수(65ㆍ가명)씨가 참석할 예정이다.
홍씨는 5월 23일 미니버스를 타고 주남마을 앞을 지나다가 계엄군의 총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18명 중 1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2명은 부상했지만 인근 주남마을로 끌려가 사살당한 뒤 매장됐다가 6월 2일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하지만 이 총격사건 희생자 중 9명만 신원이 확인됐고, 8명의 주검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하여, 이 마을은 5ㆍ18 암매장 의혹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곳이다.
김씨는 주남마을 총격사건 전후로 그 마을 골짜기에 주둔하고 있었다. 당시 7공수 중사로 전역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24일 새벽엔 홍씨가 남성 2명과 함께 계엄군에 끌려온 모습을 목격했다고도 했다. 홍씨와 김씨는 워크숍에서 주남마을 양민학살 사건에 대해 증언을 할 계획이다. 서로가 안고 있는 상처와 고통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당당한 주체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이다.
5ㆍ18기념재단 관계자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편견과 특권 등 다양한 형태의 부당한 일에 가담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하는데,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것과 그럼에도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신의 내면의 힘을 찾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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