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대학들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신을 표방해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전대협’이라는 단체는 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인천지역 대학에 다니는 재학생 혁명전사들이 인천의 대학 전부를 대자보로 일제히 뒤덮었다”면서 인천대와 연세대 송도캠퍼스, 인하대, 경인여대 등 8개 대학 이름을 나열했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에 각 대학에 대자보가 붙어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실제로 전날 오전 6시쯤 인천 계양구 경인여자대학교 정문에 전대협 대자보가 붙어있는 것을 이 대학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가로 59㎝, 세로 83.5㎝ 크기 종이 2장으로 이뤄진 이 대자보는 각각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과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라는 제목이 달려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신 형태를 빌린 대자보에는 현 정부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최저임금, 대북 정책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대자보 끝에는 ‘주체 108년 4월 1일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이란 북한 연호, 단체명과 함께 이달 6일 서울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전대협은 1987년 결성됐다가 해체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약칭인 ‘전대협’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대자보를 회수하고 대학 안팎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자보 내용이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죄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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