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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마리의 야옹이’ 김포 고양이정원을 찾아서

입력
2019.04.0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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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을 지나 자동차로 10분쯤 달리면 서울 강서구 개화동의 무려 1,000평 대지 위에서 103마리의 고양이가 뛰어 노는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유명한 경기 김포의 ‘고양이 정원’이다.

경기 김포에 위치한 고양이 정원.
경기 김포에 위치한 고양이 정원.

이 곳은 실내에 여러 마리 고양이를 풀어두는 다른 고양이카페들과 달리 자연에서 고양이들을 기른다. 개인 별장을 개조한 이 곳은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과 테라스가 딸린 카페로 구성돼 있다. 건물 2층에도 작은 정원과 고양이들을 위한 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입장료 1만2,000원을 내고 들어가면 자유롭게 고양이들과 한때를 보낼 수 있다. 입장료를 내면 별도의 추가 요금 없이 음료 한 병씩 마실 수 있다. 테이블을 이용해도 되고 돗자리와 담요를 제공하니 볕이 좋은 날이면 잔디 마당에서 소풍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경기 김포의 고양이 정원 내 테이블 위에서 졸고 있는 노란 고양이 ‘치즈냥이’. 고양이 뒤에 2층 정원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경기 김포의 고양이 정원 내 테이블 위에서 졸고 있는 노란 고양이 ‘치즈냥이’. 고양이 뒤에 2층 정원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이 곳의 주인장은 자칭 ‘사장 집사’인 박서영씨. 그는 “이곳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버려진 애들”이라며 파양묘에 누가 버린 유기묘, 공장묘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원래 그는 고양이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9년 전 아버지가 길고양이 삼순이를 데려오면서 단박에 새침하면서도 은근히 정이 있는 고양이의 매력에 반했다.

그때부터 박씨는 길고양이를 한 마리 두 마리씩 데려와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척이나 지인들도 키우던 고양이를 그에게 맡겼다. 그렇게 6년 동안 모인 고양이가 47마리. 집에서 기르기에는 무리여서 카페를 열었다. 처음부터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야외 카페를 지향했고, 국내 유일한 야외 고양이카페로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려 들었다. 그렇게 고양이 가족은 어느새 100마리가 넘는 대식구가 됐다.

고양이 정원 대표인 박서영씨가 고양이를 안고 있다.
고양이 정원 대표인 박서영씨가 고양이를 안고 있다.

박씨는 2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며 파양되는 고양이를 너무 많이 봤다. 그는 무책임한 입양과 공장식 고양이 판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쉽게 사고 파니 버리는 것도 쉽게 생각한다”며 “한때 유행했던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노래처럼 사람들이 호기심에 유행처럼 고양이를 입양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쉽게 사고 파는 것은 고양이가 싼값에 공급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씨 생각이다. 그는 “불법 운영되는 ‘고양이 공장’이 전국에 5,000여곳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고양이 공장에서는 우리 안에서 고양이들을 기르며 무분별하게 교배시킨 뒤 생후 2개월도 안된 새끼 고양이들을 애완동물 판매점에 공급한다.

광합성 중인 사라. 2010~12년생으로 추정되는 암컷 페르시안 고양이다. 이곳의 고양이들이 파양묘이거나 유기묘인 경우가 많아 출생연도를 정확히 모를 수 있다.
광합성 중인 사라. 2010~12년생으로 추정되는 암컷 페르시안 고양이다. 이곳의 고양이들이 파양묘이거나 유기묘인 경우가 많아 출생연도를 정확히 모를 수 있다.

박씨는 고양이 공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양이를 학대하지 않고 자연 번식이 가능한 제대로 된 환경의 분양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얼마 전 강화도에 두 번째 고양이 정원인 강화점을 열고 고양이를 위한 분양시설을 갖춰놓았다. 강화점도 실내 카페와 마당을 겸비한 곳으로 입양과 분양을 함께 한다.

차이가 있다면 교배 가능성이다. 개화점 고양이들은 애완용으로 기르던 고양이들이라 90% 가량이 중성화 수술을 받아 교배를 할 수 없다. 반면 강화점 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스스로 원하면 교배해 새끼를 낳을 수 있다. 박씨는 “묘권(고양이의 권리)을 존중하며 고양이를 분양 받는 문화가 자리잡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ㆍ사진=주소현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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