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으려는 욕망, 최소한 젊게 보이기라도 하고 싶은 욕망은 철학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진지한 사안이겠지만, 그 욕망과 결핍의 존재론적 한계 혹은 금기에 가장 대담하게 도전해온 분야는 피부의과학과 미용일 것이다. 미국 피부과 전문의 프레드릭 브란트(Fredric Brandt, 1949~2018)는 그 분야의 개척자였다. ‘콜라겐의 제왕(king of collagen)’ ‘보톡스 남작(Baron of Botox)’이라 불리던 그가 1년 전 오늘 자살했다.
럿거스(Rutgers)대 의대를 나와 뉴욕대와 마이애미대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친 그는 ‘콜라겐의 시대’였다는 1982년 마이애미에서 개업의가 된 이래 90년대부터 뉴욕과 마이애미를 오가며 피부미용 시술 분야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보톡스를 비롯, 각종 필러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실용화를 주도했다. 모든 약제를 직접 자기 얼굴에 시술해 효능과 시술법을 연구한 뒤 고객을 맞이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단골 고객 중에는 팝스타 마돈나를 비롯, 할리우드 배우와 유명 방송인이 즐비했고, 대부분 브란트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CNN 전 앵커인 방송인 로린 시드니(Laurin Sydney)는 한 인터뷰에서 “프레드를 안 덕에 내가 18년을 더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브란트를 인터뷰한 가디언의 한 기자는 만 59세의 그를 “미용의학의 피터팬”이라 불렀다. 그의 피부가 ‘얼린 요거트의 표면’ 같아서였다. 브란트는 2014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일을 “얼굴의 조화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삶에 졌다는 느낌, 노화로 인해 게임에서 탈락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단골이던 세계적 헤어드레서 게런 디파지오(Garren Defazio)는 “자신의 고객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 그게 그의 판타지였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비판과 비아냥도 심했다. 2014 오스카상 시상식장의 배우 킴 노백(Kim Novak)의 얼굴을 두고 ‘할리우드 밀랍박물관’을 운운한 것은 브란트를 모욕한 것이기도 했다. 독신의 동성애자였던 그는 우울증을 앓았고, 넷플릭스 코믹드라마 ‘언브레이커블 키미 슈미트 (Unbreakable Kimmy Schmidt)’에 등장하는, 그의 외모를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에피소드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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