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내부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커지는 경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북제재 국면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독려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자력갱생의 길은 변함없이 이어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설을 통해 “자력갱생은 혁명 투쟁과 건설 사업에서 확고히 견지하여야 할 근본 원칙”이라며 “혁명 투쟁의 환경과 조건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제 힘을 믿고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혁명의 원리는 절대불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은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며 “자기 운명을 남에게 의탁하고 남의 힘을 빌어 부흥과 발전을 이룩하려는 것은 자멸 행위”라고 강조했다.
줄곧 강조해왔지만 최근 자력갱생에 부쩍 힘을 싣고 있는 것은 북한의 4월 달력이 굵직한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주요 계기에 내세울 만한 마땅한 경제적 성과가 없는 만큼, 내부 민심을 단속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장 북한은 11, 15일에 각각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회의,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있고, 27일엔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는다.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로 인해 대북제재가 한동안 지속될 상황이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견뎌야 한다는 내부를 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자력갱생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누구도 우리가 잘살고 강대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미 대화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을 것이란 경고성 메시지도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북제재 국면을 전향적으로 풀어갈 자신이 있었다면 대외지향적인 메시지를 담았겠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 보수적 논조의 사설로 주민들을 단속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