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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ㆍ코미디언…정치 초짜들, 동유럽서 돌풍

입력
2019.04.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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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서 배우 출신 젤렌스키 1차 투표 1위 

 슬로바키아에선 원외 여성 후보가 대통령 당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실시된 슬로바키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주사나 카푸토바 후보가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선거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라티슬라바=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실시된 슬로바키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주사나 카푸토바 후보가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선거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라티슬라바=AFP 연합뉴스

동유럽권 대선에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정치 신예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슬로바키아에서 총선 경험 조차 없는 정당 소속의 환경운동가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선 배우 겸 코미디언 출신 정치 신인이 대선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선거위원회는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진보하는 슬로바키아' 정당 소속의 주사나 카푸토바 후보가 58.3%득표,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경쟁 후보였던 마로스 세프쇼비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의 득표(41.7%)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카푸토바 당선인은 정치 경험이나 공직 경력이 전혀 없는 환경운동가ㆍ인권변호사다. 그가 속한 정당 역시 원외 정당이어서 이번 대선은 사실상 선거 혁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난해 2월 정치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간 유착관계를 취재하던 탐사보도 전문기자 피살사건으로 인한 슬로바키아 국민들의 기성 정치 혐오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2017년 말부터 오스트리아ㆍ헝가리ㆍ이탈리아ㆍ덴마크 등에서 우파가 잇따라 집권하는 유럽 내 우파 득세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건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같은 날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에서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출구 조사에서 30.4%를 득표, 선두를 차지했다. 연임을 노린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은 17.8%,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14.2%를 각각 득표해 젤렌스키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50% 이상 득표자가 없는 데 1차 투표 1,2위 득표자가 21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1차 투표에서 젤렌스키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지지가 확인된 만큼 일단 젤렌스키의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배우 겸 코미디언 출신인 그는 2015년 방영된 TV 정치풍자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주인공 대통령 역을 맡아 국민 배우로 부상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을 유력 정치인으로 만든 것 역시 기성 정치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심판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포로셴코 정권은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여기에 선거 한달 전 국방위원회 부의장의 아들이 러시아로부터 밀수한 부품을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에 비싸게 판매한 혐의로 고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러 정서에 방산비리에 분노까지 더해지며 극중 정의로운 대통령 역할을 맡은 젤렌스키에 대한 정치적 기대감이 폭발한 셈이다. 젤렌스키는 출구조사 결과가 알려진 뒤 "(기대했던) 일이 일어났다. 30.4%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차 결선 투표에서 티모셴코와 연대할 가능성을 물은 데 대해선 "나는 누구와도 통합할 생각이 없다. 그런 주장은 가짜 뉴스다"라고 일축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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