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투기 2대가 대만해협의 ‘휴전선’으로 간주되는 중간 선을 넘었다. 2011년 이후 8년 만의 도발이다. 의도적 침범에 대만이 즉각 항의하자, 중국은 “심리적인 선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중국 공군의 젠-11 전투기 4대가 지난달 31일 오전 11시쯤 중간 선을 넘어 대만 서남 해역 상공을 침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만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경고에 나서자 중국 전투기는 곧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국방부는 “의도적이고 무모하며 도발적인 행동”이라면서 “중국에 엄정히 항의한다”고 강조했다.
10여분 만에 상황이 정리되긴 했지만 이번 사건은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양안관계의 불안한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이 대만에 F-16V 전투기 60대 판매를 승인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했고, 미국과 중국 함정이 번갈아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를 벌이며 상대를 자극하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1월 대만 대선을 앞두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하와이로 날아가 미군 장성과 만나는 등 보란 듯이 중국을 향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전투기가 대만 인근 상공에서 정찰을 벌인 적은 많지만, 중간 선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가장 최근 사례인 2011년의 경우 인근의 미국 정찰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투기 2대가 불가피하게 중간 선을 넘었고, 중국 측은 곧바로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태도가 다르다.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를 통해 1일 “중간 선은 하나의 심리적 선일 뿐이고 대륙에서는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며 “전제조건인 양안관계의 정치적 기반이 유지돼야 해ㆍ공군이 중간 선을 넘지 않는다는 묵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 군함이 올해 들어 대만해협을 세 차례나 통과했고, 지난주에는 구축함과 순양함이 동시에 통과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우리 전투기가 우연히 중간 선을 넘었는지는 향후 미국의 행보에 달렸다”고 위협했다. 도발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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