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ㆍ김현종ㆍ이도훈ㆍ정경두 연쇄 방미
한미잡음 제거-美 설득-北 견인 ‘3중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ㆍ안보라인이 1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 등을 위해 미국으로 총출동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심화하는 북미 간 교착 상태를 타개하면서 한미 공조 하에 비핵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총력전이다. 하지만 미국의 비핵화 눈높이가 높아졌고 북한과의 소통도 여의치 않아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과의 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회담에선 북미 비핵화 대화를 뒷받침하는 국방당국 차원의 후속조치가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 이튿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에 돌입했다. 비핵화 실무협상 라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났다.
이 같은 연쇄접촉은 한미 정상회담 후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3각 회담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미 공조 균열 잡음을 없애면서 미국을 설득하고 동시에 북한까지 견인해야 하는 3중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 후 특파원들을 만나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 간 지향점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며 보수층에서 제기되는 한미공조 균열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의 최종 목표에는 이견이 없더라도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포함한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한 입장 차이를 좁혀야 하는 건 엄연한 숙제다. 총론 차원에서도 미국은 일괄타결의 빅딜론을, 한국 정부는 포괄적 합의ㆍ단계적 이행의 ‘굿 이너프 딜’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당국자는 “접근 방식에서는 일치하지만 구체적으로 풀어가는 데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공조가 중요하다”면서 “포괄적 논의를 통해 접근한다면 제재 완화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 로드맵의 큰 그림에선 미국과 의견을 같이 하되 이행 과정에선 미국의 요구 수위를 낮추도록 설득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의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인식 공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나는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톱다운 외교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차장도 기자들과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계속 궤도 내에서 대화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에 따라 미국이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북한이 이를 수용해 협상에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북한과의 소통이 없는 상태에선 한미 간 비핵화 방안이 조율되더라도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이 또 다른 난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미 정상회담 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가 될지는 문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무회담 등 여러 방안을 고민중임을 시사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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