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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모든 핵무기 해체하라” 윤곽 드러난 트럼프 빅딜… 문 대통령 중재 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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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모든 핵무기 해체하라” 윤곽 드러난 트럼프 빅딜… 문 대통령 중재 험로

입력
2019.04.01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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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서 김정은에 건넨 문건 공개… CVID 수준 요구 

 “김정은에 모욕적” 문 대통령 방미 ‘촉진자’ 역할 주목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하노이= EPA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하노이= EPA 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측에 제시한 ‘큰 그림’이 일부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네 받았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에는 북측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모두 미국에 넘기라는 등의 포괄적 요구가 담겨 있어 북측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서에 담긴 내용이 북한 비핵화의 ‘엔드 스테이트’(end-stateㆍ최종 상태) 성격을 지닌 것이라 문재인 대통령이 촉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해당 문서를 입수했다며 “미국이 북한에 핵시설과 생물학ㆍ화학전 프로그램, 이와 관련한 이중의 용도 능력(탄도미사일과 발사대 및 관련 시설 등)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문서에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및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찰단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모든 관련 활동 및 새로운 시설물의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ㆍ기술자들의 상업적 활동 전환 등의 4가지 핵심 사항도 포함됐다.

하노이 회담에서의 미측 입장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다음 날인 이달 1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번 문서 공개로 북한 반발의 구체적 배경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서에 담긴 핵심 사항은 북한이 그간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ㆍ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이러한 요구들은 그동안 몇 차례나 (북한한테서) 거절당해 애당초 합의 가능성이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거론하는 건 (북한에게) 다소 모욕적”이라고 평가했다. 영변만의 비핵화를 카드로 들고 간 북한으로선 미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예상보다 포괄적이고 큰 규모의 미측 제안만 봤을 땐 향후 북미 대화는 막다른 길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협상이 고비에 다다른 것은 맞지만, 문서에 담긴 내용들이 미국이 협상에서 최대치, 또는 엔드 스테이트로서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향후 협상의 여지가 적지 않게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생ㆍ화학전 프로그램 폐지 같은 것은 현실적으로 당장 이행이 불가능하고 핵무기와 핵물질을 넘기라는 내용도, 언제 어떻게 어떤 것들을 넘기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 등이 근거다. 다만 종국적으로 비핵화의 정의와 향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북미 양측의 이견을 좁혀 나가기 위해선 넘을 문턱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타개책으로 내놓은 ‘조기 수확론’이 다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의 ‘일괄 합의ㆍ일괄 이행론’과 북한의 ‘단계 합의ㆍ단계 이행론’을 절충해 최대한 양측의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내되, 최종적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몇 단계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ㆍ충분히 괜찮은 거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합의가 쉽지 않은 비핵화에 대한 정의는 뒤로 미루고, 현재 북한이 생산해 보유한 핵물질에 대한 신고를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정 부분의 제재 해제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는 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빅딜 문서는 미국이 생각하는 최대치를 불러 놓고 맞춰 나가겠다는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때 제안했다는 스냅백(Snapbackㆍ제재 해제 후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다시 제재하는 방식)도 아직은 유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정 부분 북한의 신고를 이끌어내고, 북한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비핵화 범위를 단계별로 쪼개서 북미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월 10~1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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