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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전 일본대사 “한일, 국민 감정ㆍ국가 전략의 차이 인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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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전 일본대사 “한일, 국민 감정ㆍ국가 전략의 차이 인정을”

입력
2019.03.31 17:50
수정
2019.04.01 00: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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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북관계 최우선ㆍ日보다 中과 관계 중시 당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시민 대화ㆍ교류부터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 당시 주한 일본대사였던 오구라 가즈오 전 대사가 지난 28일 도쿄시내 패럴림픽연구회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 당시 주한 일본대사였던 오구라 가즈오 전 대사가 지난 28일 도쿄시내 패럴림픽연구회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ㆍ80) 전 주한 일본대사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양국이 공감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시민간 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정부ㆍ지식인ㆍ시민 등 다양한 층위의 교류를 통해 상호이해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양국 정부가 정치ㆍ외교적으로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처럼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구라 전 대사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惠三) 총리 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발표 당시 주한 일본대사로 재직했다. 2002년 퇴직 후 현재는 국제교류기금 고문과 일본재단 패럴림픽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한일 외교의 산증인인 그를 지난달 28일 도쿄(東京) 패럴림픽연구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_현재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언론은 한일관계가 안좋다고 하는데 난 좀 다른 생각이다. 전반적인 한일관계는 좋다. 정치ㆍ외교적인 면에 가려서 스포츠ㆍ문화ㆍ관광 교류의 증가 등 좋은 면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경제도 문화 교류만큼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나쁘지는 않다.”

_그럼에도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하는 듯한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류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좋아졌으나 최근 정체 내지 악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좋고 싫음을 떠나 한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_한일 정부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나.

“양국은 두 가지 면에서 국민감정과 국가전략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태도다. 한국인들은 ‘같은 민족’이란 감정이 있고 현 정부는 남북 협력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반면 일본은 납치문제 등으로 친근감이 없으며 현 정부도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일 양국이 표면적으로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하지만 일치하지 않은 면이 있는 걸 이해해야 한다.”

_다른 하나는 무엇인가.

“과거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한국인들은 현재 한국의 출발점을 일제 식민지로부터의 해방과 독립에서 찾는다. 이에 따라 일제 통치를 청산ㆍ부정해야 한다. 반면 다수의 일본인들은 과거에 대한 이 같은 부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현재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이란 자율적 근대화를 거쳐 그 연장에서 아시아 침략이란 반성 요인이 발생했지만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 근대 역사를 둘러싼 전면 부정을 내세운 한국과 연속성을 강조하는 일본이 이를 정치ㆍ외교 문제로 다룰 경우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_양국은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관계를 ‘투 트랙’으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일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대법원 판결로) 갑자기 논의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과거사는 민간부문에서 상호이해를 깊게 한 뒤에 정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양국 정부는 ‘합의했다’고 했지만 결국 반발을 불러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양국은 멀리 바라보면서 과거사에 대한 양국 간 생각을 맞춰가야 한다.”

_일본에선 ‘한국이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관계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은데.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해 한국 정부만 비판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한국 정부는 현재 대북관계가 최우선 정책이 될 수밖에 없고,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반면 일본은 중일 우호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최우선 순위의 과제가 아니다. 일본이 한국을 대할 때 그러한 대북ㆍ대중 전략을 이해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_정상간 소통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 만나는 게 당연하다. 지금처럼 양국 국민감정과 국가전략 상 차이가 벌어진 상황에선 서둘러 만나봐야 별 소득이 없을 것이다.”

_민간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인가.

“양국 지식인들은 중국에 대한 태도, 미국의 역할 등 한일 간 전략에 대한 대화를 자주 나눠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 간 대화가 중요하다. 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인구 문제다. 저출산ㆍ고령화, 여성, 외국인노동자 수용, 환경 등 함께 고민할 의제들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식인ㆍ시민 간 대화에 정부 간 대화를 더해 한일관계는 3차원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특히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현재 과거지향적 태도를 보이는 양국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글ㆍ사진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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